본문 바로가기

food

엔터식스 한양대 카이테이블

생활의 달인 출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칠리 파스타 사진이 오히려 쌈마이한 느낌을 준다.
딱 봐도 샤이바나가 떠오르는 메뉴판 디자인. 뭐 벤치마킹(?)이 잘못은 아니니까..
콜슬로 (3,000원)
베드보이 칠리 파스타 (14,900원)
케이준 샐러드 (10,900원)
페페로니 로제 파스타 (12,900원)
후식 커피. 네스프레소라고 한다.

 

엔터식스 한양대점 식당가에 최근 새로 오픈한 곳이다.

그전까지는 그리스 음식점인 레드올리브가 있던 자리인데 매장 인테리어가 전혀 안 바뀌어서 처음엔 새로 생긴 지도 잘 못 알아봤다.

어느 정도냐면 테이블이나 의자뿐 아니라 음식 접시까지 레드올리브때 쓰던 그대로다.

간판이랑 벽에 걸어놓은 음식 사진 정도만 갈아 끼운 듯.

뭐 내가 사장도 아닌데 인테리어에 돈 안 쓴걸 탓할 순 없지만 그래도 새로 오픈하는 건데 접시 정도는 새 거로 바꾸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접시가 더럽다거나 한건 아닌데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그렇고 분위기가 이전 레드올리브에 어울리는 지중해 컨셉이라서 미국식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피자 등이 주요 메뉴인 이곳과는 별로 어울리지가 않는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매장 입구 앞에 생활의 달인 면 최강달인 명패랑 칠리 파스타 사진을 찍어놓은 게 있는데 그 언밸런스한 조화에서 쌈마이 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게 참 인상적이어서 좀 더 찾아보니 이 명패에 찍힌 '면 최강달인' 한현우라는 분이 10여 년 전 생활의 달인에 '라면 최강달인'으로 출연했었고 똑같이 생활의 달인 명패 걸고 라면집을 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라면 최강달인' 명패랑 스파게티는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았는지 앞에 '라'자만 지워서 '면 최강달인'으로 명패를 수정해놓은 모양이다.

뭐 이쯤 되면 약간 짠해지는데.. 음식 얘기로 넘어가기 전 한 가지 더..

대표 메뉴로 보이는 '베드보이(배드보이가 아니다!) 칠리 파스타'를 비롯한 메뉴들의 구성과 메뉴판 디자인까지 딱 보는 순간 샤이바나가 떠오른다.

물론 샤이바나도 미국 남부 가정식을 표방한 것일 뿐이니 메뉴 구성이 비슷한 게 문제 될 건 없지만 누가 봐도 샤이바나를 많이 참고했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정면 승부!

과연 샤이바나와 비교해 맛은 어떨까? 이게 궁금해졌다.

그래서 모든 메뉴를 샤이바나에 있는 것으로 주문했다.

베드보이 칠리 파스타(14,900원) vs 빅보이 칠리 스파게티 (16,900원)

페페로니 로제 파스타(12,900원) vs 루이스 치즈 스파게티 (13,900원)

케이준 샐러드(10,900원) vs 켄터키 치킨 샐러드 (13,900원)

콜슬로(3,000원) vs 콜슬로(3,400원)

목록은 위와 같은데 우선 모든 메뉴의 가격은 카이테이블이 샤이바나보다 저렴하다.

사실 이건 브랜드 네임 밸류를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건 가격이 더 싸다는 건 장점이다.

먼저 베드보이 칠리 파스타.(왜 배드보이가 아닌 베드보이라 썼는진 나도 알 수 없다..)

먼저 양이 많아서 놀랐는데 샤이바나의 빅보이도 양이 많은 편이지만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것 같았다.

특히 칠리소스는 확실히 카이테이블쪽이 더 푸짐했는데 샤이바나에선 늘 칠리소스가 모자랐는데 베드보이는 오히려 칠리소스가 좀 남을 정도였다.

면은 둘 다 푹 익힌 면으로 식감은 비슷하고 소스 맛도 비슷한데 베드보이가 짠맛이 좀 덜하고 덜 느끼하다.

개인적으로 레드올리브때 쓰던 지중해 접시 말곤 만족스러웠다.

베드보이 vs 빅보이는 베드보이 승.

다음은 페페로니 로제 파스타인데 이건 샤이바나와 비주얼은 거의 비슷하지만 맛은 많이 다르다.

샤이바나의 루이스 치즈 스파게티는 위에만 치즈지 안쪽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라 새콤한 맛이 강한데 카이테이블 페페로니 로제는 이름처럼 로제 소스라 훨씬 크리미한 맛이다.

그리고 치즈 풍미도 페페로니 로제 파스타 쪽이 더 강하다.

이건 선호하는 소스에 따라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론 새콤한 맛을 별로 안 좋아해서 페페로니 로제 쪽이 더 좋았다.

페페로니 로제 vs 루이스 치즈는 페페로니 로제 승.

다음은 치킨 샐러드인데 이건 긴말할 거 없이 샤이바나 치킨 샐러드가 훨씬 맛있다.

텐더는 카이테이블것도 나쁘진 않은데 채소 구성과 특히 소스에서 비교 불가.

카이테이블은 소스가 너무 맛없었다.

치킨 샐러드에 머스터드를 안 넣은 건 이해 불가다.

마지막으로 콜슬로 역시 비교 불가하게 샤이바나 쪽이 맛있음.

카이테이블 콜슬로는 마요네즈 소스 맛이 거의 안 나고 그냥 양배추 그대로에 가깝다.

3천원 버렸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말 맛없음.

개인적으로 샤이바나의 꽃은 콜슬로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콜슬로는 제대로 벤치마킹 안 하신 건지?

종합하자면 2:2인데 의외로 메인인 파스타 두 가지 모두 카이테이블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치킨 샐러드와 콜슬로는 영 별로였지만 스파게티는 푸짐한 양에 덜 짜고 덜 느끼한 맛, 그리고 더 저렴한 가격까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가끔 칠리 스파게티 먹고 싶을 때 샤이바나까지 가지 말고 여기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