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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ay

혈액형 이야기



요즘 혈액형신드롬이 불고있다.
가수의 노래주제로도 등장하고 혈액형에따른 보험상품이 출시되고 혈액형에 맞는 식이요법에.. 벼라별걸 다 혈액형에 갖다붙여서 난리들이다.
사실 혈액형에 대한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말이다.

몇백년전 서양사람들이 혈액의종류를 발견하면서 그에따른 사람의 차이를 믿었고 그로부터 한참 뒤 나치시절 독일의 학자가 혈액형별로 인간의 우열을 가리는 학설을 발표한적이 있다.
인종으로인한 우열종자를 가리며 차별하는거로도 모자라 혈액형에따른 우열이라니..
이 말도안되는 주장은 나치가 무너지면서 사라지게 되었고.

1900년대초반 일본의 학자 하나가 다시금 이 혈액형에따른 성격의 차이를 주장하며 책을 펴낸것이 이슈화되었고 현재까지 일본에서는 혈액형이 인간성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차이나 사람의분류가 보편화되어 있고 새로운사람을 만나게되면 혈액형을 묻는게 거의 당연한 과정이라한다. (이건 요즘 우리나라도 거의 비슷해지고있다)
사람에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혈액형에대해 맹신하는 사람의 경우 자신과 잘 맞지않는 혈액형인 사람에게는 편견을 가지고 대할 수 밖에 없는것이다.

일본의 많은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을때도 혈액형을 적극 참고하고있으며 이로인해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단지 혈액형때문에 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상황이 이쯤되면 심각해진다.
아직까지 혈액형에 따른 인간의 성격분류는 의학적으로 밝혀진바 없다.
일본의 혈액형학자들이 주장하는것은 단지 혈액형별로 사람들의 사고나 행동패턴을 조사한 후 통계결과가 혈액형별로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는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결과역시 조사대상이나 조사내용에따라 많이 틀려지며 입증할만큼의 통일된 결과가 나오지않는다는것이다.

이정도 결과는 사실 한때 유행하고 사라지는 이슈거리에 지나지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본에서는 이러한 혈액형에 대한 논란이 유행에 그치지않고 오히려 기정사실로 자리잡혀 있다는것이다.
혈액형에 집착하는 수준이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정도라한다.
그리고 이제 그러한  현상이 점점 우리나라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0년전쯤을 생각해보자.
그때도 혈액형에 대한 궁합이다 뭐다 하는 이야기들은 존재했다.
주로 10~20대초반들이 즐겨보던 하이틴잡지나 연예잡지들에서 볼 수 있었다.
말그대로 흥미성 기사거리였다.
재미삼아 읽어보고 재미삼아 맞춰보는 오늘의운세 정도의 것.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때와는 비교하기 힘들만한 수준이다.
이미 우리나라 많은 회사의 입사지원서 작성양식에 혈액형 기재란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예인들의 프로필에 혈액형은 기본사항이다.
서양 인기배우 홈페이지에 가봐라. 프로필에 혈액형 써있는거 본적 있는가?
서양, 아니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그 문화에 점차 물들고 있는 아시아의 몇몇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혈액형은 단지 수혈할때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프로필에 혈액형을 기재하는것 자체가 그들에겐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혈액형 추종자들에게 묻고싶다.
과학적 의학적으로 입증된바 없는 혈액형에 따른 그것도 수십, 수백개도 아닌 단 4가지의 분류로 인한 편견과 차별이 생기길 바라는가?
성차별 인종차별에 외모, 지역, 학력차별로도 모자라서 피의종류까지 따지는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점차 다양해지고 세계화되가고 있는 이시대에 이런 편협하고 비상식적인 이론이 이만큼 퍼져가고있다는것이 신기할따름이다.

때론 혈액형별 성격분류에 안들어맞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때 그들은 보통 안맞는경우도 있다며 맞는경우가 더 많다고 둘러댄다.
결국 맞을수도있고 틀릴수도 있다는건데.. 이런게 과연 학설인가?
그런 학설이라면 나도 만들고 박사학위 딸 수 있겠다.
지금껏 난 상대방의 혈액형을 궁금해하거나 먼저 물어본적이 없다.
반대로 질문을 받은적은 샐 수 도 없다.
그리고 내 혈액형을 한번에 맞춘 사람은 드물다.
사실 찍어도 4가지다. 그냥 찍어도 25% 확률이란 말이다.
4번에 1번은 맞출 수 있는 숫자놀음일뿐이다.
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A형 아니면 O형인데.. B형 아니면 AB형인데..
이렇게 나오면 더 웃기게된다. 4개중에 2개를 들이미는거니 확률은 50%로 올라간다.
그래도 틀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안맞는 사람도 있어' 내지는 '좀 특이한 경우네' 하고 한마디 하면 그만인것이다.
그들의 혈액형에 대한 믿음은 변치않는다.

난 일본이란 나라에 별다른 반감을 가지고 있지는않다.
독도니 역사니.. 떠들고 싶지도 않고 왜놈이니 쪽바리니 따위의 표현도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느샌가 우리주변에 자리잡게 되는 유행, 그리고 그것이 더 발전되어 사회적인 문제나 고정관념따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않던것들이 언제부턴가 당연히 그런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이유에대해 그리고 그러한 현상의 본질과 사실여부에 대해 우리는 깊게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무엇이 하나 유행하게되면 TV속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는 그것을 이슈화시키며 부각하려는데 바쁘고, 그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보기도전에 그러려니 하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혈액형이 이슈화되니 그에따른 영화나 대중가요들이 나오는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정말 혈액형 성격학에 동의하기때문에 혈액형주제의 노래와 영화를 만들었을까?
그렇지않다는것은 잘 알것이다.
단지 그들은 유행과 이슈에 편승하기위한 비지니스를 하고 있을뿐이니까.

나에게 혈액형이 뭐냐고 묻는사람들을 전부 한심하게 생각하는것은 아니다.
흥미꺼리로써의 혈액형 이야기. 거기까진좋다.
그런것을 묻는것도 상대방에대한 일종의 관심의 표현일테니까.
하지만 그걸 맹신하고 혈액형으로 사람에게 편견과 차별의식을 갖지는말자.
오죽하면 혈액형에 관한 편견때문에 자신의 혈액형을 거짓으로 말하는 사람까지 생기겠는가.
혈액형은 절대 사람의 성격이나 품성을 결정하는 기준이나 잣대가 될 수 없다.

각박한 세상 이런저런 생각하며 머리아프게 사는거 좋지않다.
하지만 주변에서 흘리는대로 휩쓸려다니는건 정말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