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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ay

단식투쟁

얼마전 고속철도 터널공사를 반대하며 지율스님이 기스네북에 오를만한 100일 단식 기록을 세웠다.
결국 단식투쟁이 성과가 있어 공사 취소시 2조5천억원이라는 실감안나는 돈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이 문제는 국책사업이 우선이냐 환경보호가 우선이냐에따라 사람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어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사실 난 국책사업이던 환경보호던 어느쪽이 옳은지에는 별로 관심없다.
다만 단식투쟁이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싶다.

단식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국어사전에서는 단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단식(斷食) : 일정 기간 음식물을 먹지 않음.

그렇다. 그냥 굶는거다.
그럼 밥굶으면서 투쟁하면 단식투쟁이 된다.
어떤사람들은 단식투쟁이 가장 비폭력적인 무저항의 투쟁방법이라고 말한다.
폭탄 터뜨리고 비행기 갖다박는 테러리스트들과 비교해보면 뭐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난 단식투쟁이 가장 극단적이고 무식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걸고 밥굶으면서 고집부리는것밖에 안된다.
세상에 이것보다 어리석은 방법이 또 있을까?
나도 어릴때 단식투쟁을 몇번 해본적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뭘 갖고싶거나 하고싶은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을때.
그럴때 단식투쟁을 벌이게된다.
엄마가 사달라는거 사줄때까지 방에 쳐박혀서 밥굶으면서 버티는거다.
'안사주면 나 굶어죽을꺼야' 라는 생각으로.
아마 대부분 어릴때 이런경험이 한번쯤은 있을것이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릴때 밥굶고 꼬장부리던 버릇을 못버리고 주름살 생겨서까지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중에는 주로 정치, 종교쪽에 몸담고 계신분들이 많다.
툭하면 돗자리 깔고 앉아서 기자들 불러모아놓고 단식투쟁한단다.
정말 이사람들이 비폭력적으로 투쟁하기위해 단식투쟁을 택했을까?
내가 볼때는 전혀 아니다.
자기의 위치나 입장때문에 그나마 겉으로 가장 무난해보이는 단식투쟁을 선택한것뿐이다.
아마 속으론 테러리스트처럼 비행기 갖다 박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사람들이 정말 자기 목숨을 내놓고 단식투쟁을 하느냐?
그거 역시 아니다.
단식투쟁하다 정말 굶어죽은사람 본적 있는가? 물론 있긴 있을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언론에 오르락내리락거리는 명함있는분들이 단식투쟁하다 굶어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정말 목숨내놓고 죽을각오로 투쟁에 임하는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단식이란 말의뜻대로 음식을 금하지도 않는다.
카메라 들이댈때만 심각하게 앉아있다가 뒤돌아서서 짱께 시켜먹는분들 한두번 보나?
지율스님 역시 물과 소금, 녹차등을 먹었다니 이미 진정한 의미의 단식은 아닌것이다.
안그러고서야 100일을 버틴다는거자체가 불가능한 얘기이니까.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단식투쟁은 결국 동정심에 호소하는 언론플레이 이상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지율스님의 경우만봐도 스님의 건강상태가 나빠져서 걱정하는 여론과 혹시라도 잘못되면 정부로 돌아올 비난이 무서워 재검토하겠다는것이지 애당초 환경보호의 뜻을가진 국민들이 많아서 반대여론에 부딪힌것은 아니다.
어느쪽이 옳고 그른지 이전에 난 이런 방법자체가 마음에 안드는것이다.
단식투쟁 하는사람들 뉴스에 나오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솔직히 그런모습을 보면 짜증이 먼저 난다.

아이들이 밥굶으면서 부모에대해 단식투쟁을 벌이는 이유가 뭘까?
원하는게 있는데 논리적으로 부모를 설득할 능력도, 그렇다고 자기가 해결할 힘도 없기때문이다.
할 수 있는건 밥굶으며 버티는것뿐이고 그건 결국 억지와 생때, 고집일뿐이다.
또한 그건 부모에게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함과 동시에 협박의 수단이된다.
우리가 접하는 이름있는양반들의 단식투쟁 역시 아이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않다.
무언가 마음에 안들고 그것을 바꾸고 고치고싶다면 좀 더 현명하고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투쟁하길 바란다.
밥굶고 누워있는것이 투쟁이 아니다.
먹고 살고싶어도 먹을게 없어 어쩔 수 없이 굶고있는 사람들도 널렸다.
만약 정말로 자신의 목숨만큼 소중한 가치가 있다면 진짜 굶어죽을 각오로 임해라.
그렇지않은 쇼맨쉽이나 동정심에 호소하는 언론플레이로 벌이는 단식투쟁은 어린애 땡깡이나 노인네 꼬장이상으로 봐줄 수 가 없다.

원래 단식은 종교의식으로써 시행하거나 자기자신의 수행을 쌓기위해 해오던것이다.
요즘에는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단식하기도 하지만 투쟁의 방법으로까지 단식을 가져가진 말았으면 한다.
진짜 죽을생각 아니라면 단식투쟁한다고 말도 꺼내지마라.
어차피 살거라면 먹어야 사는거니까.
살기위해서는 먹어야 되는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