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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차세대 콘솔과 모니터에 바람

34인치 21:9냐 32인치 16:9냐 그것이 문제로다.

 

24인치 FHD 모니터를 듀얼로 쓰고 있는데, 작년 말부터 슬슬 모니터를 바꾸고 싶어 졌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모니터를 사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원하는 스펙의 모니터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스펙이 대단하거나 특이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스펙일 거라 생각하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 32인치
  • QHD(2560x1440) 해상도, 16:9 비율
  • IPS + 평면 패널
  • 144Hz 주사율

이 조건을 만족하는 모니터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이 LG의 베스트셀러 게이밍 모니터인 32GK850F인데 딱 한 가지, 패널이 VA다.

사실 VA패널임을 감수하고 결제까지 했으나, 물량이 달려 배송이 한 달 넘게 지연된다고 해서 결국 취소했을 만큼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이 모니터가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PC와 콘솔 게임기 겸용으로 쓰기에 상당히 좋은 모델이라는 점인데 나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콘솔은 4k UHD 환경이 최적이라지만 PC 게임은 4k로 돌리는 것이 힘겨운데, QHD로 타협해 하나의 모니터로 PC와 콘솔 모두 사용하기에 좋기 때문이다.(플스 4의 경우 TV 해상도만 지원하기 때문에 QHD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지만, QHD에 맞게 다운 스케일링을 해주는 기능이 있고 이것이 32GK850F의 장점 중 하나다)

어쨌건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의 유일한 단점으로 IPS가 아닌 VA패널이 사용된 것을 꼽을 정도로 위 스펙을 모두 만족하는 모니터를 내놓는다면 엄청나게 잘 팔릴 것이 불 보듯 뻔한데 대체 왜 만들 생각들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32GK850F의 제조사인 LG의 최근 행보를 보면 WQHD, 즉 3440x1440 해상도를 갖고 있는 21:9 비율의 일명 울트라 와이드 제품들을 주력 게이밍 모니터로 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때문에 32GK850F의 IPS 버전 후속작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실 34인치급 이상의 21:9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로 게임을 돌려보면 넓고 탁 트인 시야로 인해 FPS 등에서 물리적으로 유리함은 물론, 오픈 월드나 레이싱 게임에서 몰입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또 변태 해상도라 불리우던 예전과 달리 최근 PC 게임들은 21:9 비율의 WFHD나 WQHD 해상도를 거의 기본으로 지원할 정도로 보편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LG의 울트라 와이드 집중 전략은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콘솔 게임기가 21:9 비율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윈도우 기반 MS의 엑스박스는 QHD 해상도라도 지원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은 여전히 TV 기준의 1080p(FHD)와 4k(UHD) 외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엑스박스는 게임패스를 통해 이미 PC(윈도우)와 콘솔을 넘나든지 오래고, 플스 독점 게임들도 PC로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 현실(상징적이던 슈로대와 퍼스트 파티 게임인 호라이즌 제로 던 까지 PC 출시 확정)을 볼 때 소니의 디스플레이 지원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콘솔 게임은 거실에서 TV로 즐기는 것이 정석이라고 하지만 나처럼 수십년 동안 방 안 책상에서 PC로 게임을 해오던 사람이 콘솔 게임기 샀다고 갑자기 거실로 나가 TV로 게임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하던대로 방에서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로 게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편하다.

나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으며, 갈수록 멀티 플랫폼화 되어가는 게임 시장의 추세를 볼 때 콘솔 게임기들도 TV 해상도만 고집하지 말고 유력한 모니터 해상도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차세대기인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와 플스5에서도 아직까지 21:9 울트라 와이드 등에 대한 지원은 언급이 없는 상태다.

다양한 해상도 지원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현실성 없는 8k 지원 같은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 참 답답하다.

결국 32인치급 16:9 비율의 144Hz IPS 평면 모니터가 출시되거나, 차세대 콘솔 게임기가 WQHD를 비롯한 21:9 비율을 지원할 때까지 모니터 구입이 늦춰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