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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사실 이런 DRPG는 별로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고 어릴 때 위자드리나 마이트 앤 매직 이후 몇십 년 만이다.

그럼에도 플레이하게 된 이유는 스토리의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나고 DRPG로서 게임성 역시 수준급이라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게임의 진행은 던전 공략과 스토리 진행의 반복으로 이뤄져 있는데, DRPG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시스템이 제법 복잡하기도 하고 결혼서라든가 패싯, 인형병, 리인포스, 탄원서, 이혼술 등 이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도 낯설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때문에 초반에 꽤 많은 튜토리얼을 봐야 하고 복잡한 게임 시스템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때려치울 가능성도 다분하다.(스탯이나 저항 등의 수치도 제법 많은 편이고 유닛들 간의 우호도까지 있다.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전투의 거의 90% 이상이 쫄 구간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시스템 다 필요 없고 단순히 평타만 반복하게 된다.

플레이타임도 상당히 긴 편(노말 엔딩까지 62시간 소요)이고 던전도 많고 복잡해서 내 경우 중후반 이후부터는 전투가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하지만 스토리 진행이 흥미로운 편이라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버텨냈다고 할 수 있겠다.

노말 엔딩 이후 트루 엔딩 코스가 또 존재하지만, 전투와 던전 탐사를 더는 하고 싶지 않아서 노말 엔딩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노말 엔딩까지 보고 난 스토리는 기대만큼 훌륭하진 않았는데, 별로 참신한 소재(평행 세계는 이제 그만..)도 아니고 그리 몰입도가 좋지도 않아서 많은 사람들의 후기처럼 진한 여운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게임만의 독특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꽤 매력적인데, 한 편의 잔혹한 성인용 동화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일러스트 스타일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 개성 있고, BGM도 좋은 편이고 특히 성우들의 연기가 매우 뛰어난데, 일본의 많은 메이저 게임들조차 풀 보이스를 지원하지 않는 것과 달리 스토리 진행 부분이 풀 보이스로 되어있어 성우 연기가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솔직히 일러스트 분량은 컷도 매우 한정적이고 성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오랜만에 제법 신선한 게임이었지만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플레이는 사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