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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북촌 반타이

입구 앞 엑스배너에 주방장으로 보이는 아저씨 사진과 15년 경력 호텔 출신 현지 요리사 등의 멘트가 쓰여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장식이 멋지다.
매장이 좁은데다 손님들이 꽤 있어서 찍을만한 곳은 벽 정도.
깔끔한 식기 세팅. 끝 모양이 독특한 숟가락과 포크가 마음에 들었다.
똠얌꿍 (17,000원)
몰랐는데 밥이 포함이었다.
새우도 그럭저럭 들었고 버섯을 엄청 많이 넣어준다.
여기도 고수는 기본으로 들어가진 않아서 달라고 해야 함. 다 시들은 거 주는 곳도 많은데 여기 고수는 상태가 좋았다.
맛있어서 퍼 먹느라 뒤늦게 고수 투입함
카오팟 뿌 (15,000원) 대게살 볶음밥이다.
고추 들어간 피시 소스 같은걸 주는데 취향대로 넣어 먹으면 된다.
팟타이 (14,000원)
오랜만에 만족스런 클리어샷(밥은 배불러서 남긴게 아니라 같이 먹을게 없어서 못 먹은거다)

 

북촌이라고 쓰긴 했지만 정확히는 북촌 한옥마을 들어가기도 전 안국역 나오자마자 바로 있어서 위치가 매우 좋다.

15년 경력의 호텔 출신 현지 셰프가 요리한다는 광고판에서 프랜차이즈 태국 음식점들과는 다른 레벨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매장은 생각보다 작아서 테이블이 5~6개 정도고 인테리어도 깔끔한데 딱히 고급스럽게 잘 꾸며놓은 분위기는 아니다.

메뉴는 일단 똠얌꿍이랑 팟타이에 볶음밥을 하나 더 하기로 했는데, 카오팟 끄라빠오(바질)와 카오팟 뿌(대게) 중에서 고민하다 뿌로 먹기로 했다.

똠얌꿍이 먼저 나왔는데 메뉴판엔 딱히 안 쓰여있어서 몰랐는데 밥이 한 그릇 같이 나와서 살짝 당황했다.(밥 없는 줄 알고 볶음밥 시킨 건데..)

똠얌꿍 맛은 뭔가 여기만의 특별함 같은 건 없었지만 무난하게 맛있었다.

특유의 새콤한 맛이나 향신료 맛이 그렇게 과하지 않은 편이고 고수도 기본으로 들어가지 않는 등 현지 스타일보다는 약간 어레인지 된 스타일이라 보면 된다.(엑스배너에도 미국 스타일이 가미된 타이 음식점이라고 쓰여있다)

건더기는 새우랑 느타리버섯이 대부분으로 그렇게 다양하진 않다.

먹다 보니 카오팟 뿌(대게살 볶음밥)가 나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게 최고로 맛있다.

사실 중국집도 그렇지만 요즘 음식점 볶음밥들이 내가 만든 볶음밥보다도 못할 만큼 형편없는 경우가 많아서 볶음밥은 잘 안 사 먹는 편인데, 진짜 제대로 하면 별 다른 재료나 소스를 쓰지 않아도 엄청 맛있는 것이 볶음밥이기도 하다.

여긴 볶음밥을 정말 잘한다고 느꼈는데, 밥알에 기름 코팅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전혀 기름지지 않게 아주 잘 볶았다.

그래서 간도 살짝 심심하고 대게는 맛도 안 날 정도로 조금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참고로 고추 들어간 피시 소스 같은걸 주는데 좀 뿌려 먹으면 심심한 간을 잡아주긴 하지만 볶음밥이 축축해져서 고슬고슬하게 잘 볶은 식감이 죽어버려서 난 그냥 먹는 게 더 나았다.

마지막으로 팟타이가 나왔는데, 맛은 딱 무난한 정도지만 역시나 잘 볶아서 면발이 쫄깃해서 좋았다.

이쯤 되니 왜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음식의 기본 중에 기본인 국물 쌀국수가 메뉴에 없는지 알 것 같았는데, 여긴 볶음 요리가 전문인 곳인 거다.

전체 메뉴 구성을 보면 볶음 누들과 볶음밥 몇 가지에 푸팟뽕커리 같은 볶음 요리 몇 가지가 전부고 튀김류 등의 흔한 사이드 메뉴도 없다.

즉 똠얌꿍이 유일한 국물 요리고 나머진 다 볶음인 셈.

매장도 작고 주방 인력도 한계가 있으니 메뉴의 다양성보다는 볶음 요리로 선택과 집중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 맛있는 볶음 요리(특히 볶음밥)를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또 쓸데없는 분석을 하게 됐는데.. 마무리하자면, 가격은 살짝 높은 감이 있지만 음식 맛은 평균 이상이고 볶음밥은 특히나 맛있어서 다른 볶음밥 맛보러 머지않아 또 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