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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

 

작년 말부터 틈틈이 해오던 용과 같이 7(이하 용7)을 플레이타임 76시간 만에 마쳤다.

용7은 지난 10여 년간 용과 같이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키류 카즈마의 이야기를 끝내고 새로운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으로의 교체와 전투를 액션에서 턴제 RPG로 변경하는 등 큰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때문에 기존 용과 같이 유저들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었는데, 내 평가는 주인공 교체와 장르 변경 모두 무난하게 성공했다고 본다.

 

용과 같이 시리즈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라고 보기 때문에 용7에서도 새로운 주인공과 동료들의 캐릭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카스가 이치반은 키류 카즈마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면서도 '정의' 앞에서는 융통성 없는 바보가 되는 용과 같이 주인공으로서 지녀야 할 필수 덕목들을 빠짐없이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치반의 동료들 역시 40대 노숙자 아저씨부터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잘린 전직 형사, 캬바클럽 마담 등 다른 게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배경 스토리를 담은 '유대 드라마'라는 동료 퀘스트를 통해 애정을 갖도록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다만 40대 아저씨가 드래곤 퀘스트의 팬이라 장래희망이 정의의 '용사'이고 캐릭터 설정상 가족과 동료에 목숨 거는 것이 사람에 따라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사실 나도 드래곤 퀘스트 11을 마흔 넘어서 했다..)

 

그래픽은 드래곤 엔진이 이제 궤도에 오른 느낌으로 인물과 월드 모두 꽤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특히 용7의 주요 무대인 요코하마 이세자키 이진쵸는 카무로쵸 등 기존의 맵보다 스케일이 훨씬 크고 도시 구역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디테일도 상당히 좋다.

물론 이젠 안 나오면 섭섭한 카무로쵸와 소텐보리도 등장함..

 

스토리는 용과 같이 시리즈 중 최고의 스토리로 평가 받는 0(제로)와 비견되거나 제로 다음으로 뛰어나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내 생각도 비슷하다.

믿었던 사람을 위해 오랜 세월 감옥살이를 대신하고 나오지만 배신 당하는 지난 주인공 키류와의 공통점, 적수가 없는 독고다이 키류와 달리 동료들과 힘을 모아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함께 녹여낸 전개가 굉장히 흥미롭고 몰입도가 뛰어나다.

용과 같이 스토리의 고질병이다 못해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초중반까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다 후반부에 갑자기 무리수를 남발하며 폭주하는 전개가 용7에도 아예 없진 않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매우 양호해졌다.

지난 시리즈를 즐겼던 유저라면 반가울만한 캐릭터들을 여럿 등장시키 전작에 대한 예우를 하는 요소도 좋았고, 비록 물장사는 없지만 타이쿤 게임 같은 회사 경영이나 드래곤 카트 등의 미니 게임도 재미있다.

하지만 세가 오락실과 마작이나 도박장외에 다른 즐길거리가 전작들에 비해 부족한 건 아쉬운 점이다.

 

전투는 10년 넘게 액션 게임이던걸 하루아침에 턴제 RPG로 바꾼 것 치고는 지루하지 않고 꽤 재미있게 만들었지만 턴제 RPG로서의 시스템적 깊이나 파고들만한 요소는 거의 없다.

전직 시스템 역시 존재하지만 딱히 전직을 할 필요성이나 직업별로 뚜렷한 특징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전직 시 직업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꺼려지는 요소였다.

그 대신 빠른 템포와 필살기 등 다이나믹한 액션 연출, 전투 중 타이밍을 맞춰 가드를 하거나 QTE방식의 스킬 사용 등의 조작 요소들로 턴제 RPG로 변경되며 우려했던 점(지루함, 밋밋함)들을 보완하고 있다.

 

플레이하면서 몇 번의 고비가 있었는데, 용7이 많은 영감을 받은 드래곤 퀘스트를 비롯한 JRPG에 거의 존재하는 강제 레벨 노가다 구간들이다.

메인 스토리 진행하면서 적당히 서브 퀘스트를 겸하면서 도달 가능한 레벨로는 클리어가 거의 불가능한 레벨 차이의 보스들이 몇차례 등장하기 때문에 결국 레벨 노가다가 필요한 것인데, 나는 이런 레벨 노가다를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레벨 노가다를 해야 했고, 그나마 용7이 양반인 건 아레나나 던전 등 레벨 노가다 할 곳을 대놓고 마련해 준다는 거다. 물론 그래도 하기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용7에서도 나쁜 놈들은 결국 비참한 끝을 맞이한다는 용과 같이 전통의 법칙에 충실한 결말을 보여주는데 약간의 여운과 함께 정리할 거 정리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엔딩이 나쁘지 않다.

안타깝게도 용과 같이 스튜디오의 다음 작품은 용과 같이 8이 아닌 외전 저지 아이즈의 후속작이라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카스가와 유쾌한 동료들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