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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슈퍼로봇대전 V

타이틀 화면. 좌측 상단의 초대형 워터마크 때문에 로고가 중복된 모습이 자칫 버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V에 첫 참전한 우주전함 야마토의 스토리 비중이 크다.
크로스본 건담도 참전
그레이트 마징가
단골인 겟타 역시 등장
나데시코는 극장판으로 참전

 

슈퍼로봇대전 25주년 기념작이자 정규 판권작 최초의 공식 한글화 및 PC판(스팀) 발매까지 여러 가지로 화제를 모았던 슈퍼로봇대전 V(이하 슈로대V).

아직 플스4를 구입하기 전, 지인에게 PS 비타를 빌려 15화까지 맛만 봤었고, 플스4를 구입한 후엔 라스트 오브 어스나 언차티드 시리즈 등 플스 독점작들을 플레이하느라 슈로대V는 잊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슬슬 슈로대V를 사볼까 하는 때가 되니 스팀으로도 발매가 되어서 플랫폼의 선택지가 생겼다.

기본적으로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된 게임은 PC로 하는 편이지만 슈로대V 선택에는 고민이 있었다.

PC 버전인 스팀판은 한글 폰트가 위아래로 눌린 것 마냥 찌그러져 나와 가독성이 개판인 것이 그 이유였다.

처음엔 개발사 측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패치를 통해 수정해 줄 것이라 생각했으나 다음 작품인 슈퍼로봇대전 X에서도 똑같이 한글이 찌그러져 나오는 걸 보고는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플스판을 사자니 또 고민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스크린샷이다.

난 플레이하는 게임의 스크린샷을 찍어서 이렇게 포스팅하는데도 쓰고 추억으로 보관을 하는데 플스판 슈퍼로봇대전은 시리즈 대대로 극초반 이후에는 스크린샷을 못 찍게 막아놓는다.(슈로대V의 경우 6화까지만 스크린샷이 허용됨)

슈퍼로봇대전의 이런 스크린샷 금지 정책은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판권 문제 때문이라거나 스포일러 방지 목적이라는 등의 추측이 있었지만 자유로운 스크린샷 촬영이 가능한 스팀판이 발매되면서 모두 말도 안 되는 것이 되어버렸다.(솔직히 슈퍼로봇대전 스토리에 뭐 대단한 게 있다고 스포일러 방지한다고 스크린샷을 막겠는가)

결국 스크린샷을 못 찍는 플스판과 폰트 가독성 개판인 스팀판을 놓고 어느 쪽이 덜 거지 같은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고, 나의 최종 선택은 플스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투를 제외한 게임 플레이의 절반 가량이 텍스트 읽기로 구성된 게임에서 가독성 개판인 폰트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더 괴로울 것 같아서였다.

개발사 측에서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판매량으로 위기의식을 느껴 내린 결정이겠지만 어쨌건 시리즈 최초로 PC판을 그것도 한글판으로 발매해 준 것은 기쁘지만, 이런 중요한 부분을 방치한 탓에 해주고도 욕먹는 결과가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나마 6화까지만 스크린샷 찍기가 허용된 플스판의 경우 화면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워터마크가 찍히는 것을 보고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게임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다른 얘기를 길게 늘어놓게 되었는데, 그만큼 슈퍼로봇대전의 개발사 및 유통사인 반다이남코의 시대에 뒤떨어지고 글로벌하지 못한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고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사실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할 말이 많지 않다.

게임 진행 방식부터 전투 연출까지 어차피 큰 개선이나 변화는 없고, 사실상 슈퍼로봇대전은 참전작 중 자기가 좋아하는 기체들이 얼마나 많이 포함되었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결정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주세기 건담 팬으로 Z, ZZ, 뉴건담, 크시를 비롯한 섬광의 하사웨이 기체들, F91 등 크로스 본 건담과 유니콘까지 건담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라인업이었다.(단, 샤아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풀 프론탈이 등장.)

슈퍼로봇쪽도 콤바트라가 빠진 건 아쉽지만 다이탄과 점보트, 마징가팀과 겟타 등 좋아하는 단골 참전작들이 많고 에반게리온과 나데시코의 참전도 좋았다.

난이도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의도적으로 쉽게 설정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정신기를 행동 종료한 후에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등 전략적인 운영이 필요하지 않게 돼서 전투에 긴장감이 사라진 점은 아쉽다.(전투 진행 중 여러 번 졸았다)

스토리는.. 사실 스토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보던 평행우주 세계관에 참전작들 중 몇몇 작품(슈로대V의 경우 야마토)의 스토리를 메인으로 나머지를 적당히 짜깁기한 것으로 산만하고 흥미롭지도 않다.

그래도 첫 판권작 공식 한글화임을 생각해서 스토리 부분은 스킵하지 않고 전부 읽으면서 했는데, 총 플레이타임 89시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토리 진행 중 툭하면 튀어나오는 유치하고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를 견디는데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런 걸 보면 난 슈퍼로봇대전보단 SD건담 G제네레이션이 더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되지만..(크로스 레이즈가 비우주세기 전용으로 나오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진 겟타가 겟타 빔을 쏘거나 다이탄3가 썬 어택을 날릴 때마다 신나게 같이 따라 외치는 40대 중반의 내 모습을 보며 여전히 슈퍼로봇대전을 플레이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슈퍼로봇대전 X, T도 한참 전에 구입해 놨지만 슈로대V와 시스템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좀 더 천천히 플레이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