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레디 플레이어 원

2018.03.31 관람


영화 특성상 기대도 했지만 그만큼 걱정도 되었던 영화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들이 대부분 그대로 들어맞아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영화였다.

2045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프닝부터 반헤일런의 '점프'가 흘러나오는등 8,90년대 대중문화(및 서브컬처)가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러워 할 사람들도 분명 있을것이다.

하지만 난 학창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던 반헤일런과 트위스티드 시스터의 곡들이 나오고 남녀주인공이 드로리안과 가네다 바이크를 타고 킹콩 사이를 비집고다니고 아이언 자이언트와 고질라가 날뛰고 심지어 퍼스트 건담이 칼부림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영화로서의 재미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단지 이 모든것들을 한군데 모아놨다고 해서 (물론 그 자체로도 대단하긴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적 완성도를 의미하진 않는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들이 나오면 반갑긴하지만 그것과 영화의 재미는 별개라는 얘기다. 건담 보고싶으면 그냥 건담 애니메이션 보면 된다.

게다가 개봉전부터 영화내에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 영화등의 리스트를 자랑스럽게 포스터로 만들어 마케팅을 했지만 정작 대부분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마냥 의미없이 화면속에 스쳐지나가는 수준이며 이것에 집중하다보면 오히려 자막과 영화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영화의 스토리나 전개방식은 정말 80년대 청소년 어드벤처물에서나 보던 올드한 수준이며 엔딩은 이런 영화들이 늘 그래왔듯 교훈적이다.

영화의 주 스토리를 담당하는 퍼즐은 하나도 흥미롭지 않고 오히려 산만하기까지 하다.

긴장감 없고 궁금증을 유발하지도 못하는 극의 중반부에는 지루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초반 레이싱씬을 비롯한 시각적인 부분의 표현과 연출은 훌륭하고 특히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시킨 것은 인상적이다.

이 영화를 '거장 감독의 대중문화에 바치는 헌사'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많은 게이머들과 서브컬처 매니아들 그리고 오타쿠들에게 일종의 공감과 동질감 또는 위로받는 기분을 느끼게해 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일부 장면들에서 예전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것들만으로 다른 안좋은 부분들을 외면하고 박수를 칠 수는 없었다. 


6.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