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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리춘시장 건대 본점

멀리서도 눈에 띄는 입구. 2층 규모고 건대점이 본점이라고 한다.
만만토닉 세트 (13,900원) / 만만춘 250ml에 토닉워터 두캔, 레몬이랑 얼음컵이 나온다.
마파두부 (9,900원)
유린기 (9,900원)
이미 홍콩반점에서 검증된 해물육교자 (3,000원)
매운우삼겹건두부볶음 (10,900원)
마카오 (7,000원)
만만춘 한 병 추가 (11,000원)
마지막 안주로 추가한 칠리새우 (9,900원)

 

리춘시장에서 두 번 배달시켜 먹고 마음에 들어서 매장에서 직접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기회가 생겨서 다녀왔다.

회사 동료들과 갔는데 회사에서 가까운 건대점이 마침 본점이었다.

건물은 2층 규모이긴 한데 내부 테이블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화요리주점이니 으레 연태고량주를 먹으려 했으나 연태고량주는 없고 대신 만만춘이라는 게 있었는데, 250ml 가격이 11,000원이었다.(알콜 함량은 연태고량주보다 1% 낮은 33%)

보통 같은 사이즈의 연태고량주가 업소에서 18,000원~20,000원 정도 하니까 거의 반값에 가까운 가격이다.

그리고 만만춘에 토닉워터가 함께 나오는 '만만토닉' 세트가 있길래 호기심에 주문해봤다.

만만춘 맛을 보려고 일단 스트레이트로 한잔 먹어봤는데, 연태고량주랑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연태고량주를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나처럼 고량주를 어쩌다 한번 마시는 정도라면 정말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맛과 향이다.

한마디로 맛은 비슷한데 거의 반값이니 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얘기.

그리고 만만토닉도 평상시 하이볼이나 보드카 토닉, 진토닉 등을 즐겨 마시기 때문에 꽤 괜찮았다.

오히려 내 입엔 고량주 특유의 꼬릿한 향이 레몬향에 희석돼서 스트레이트로 먹는 것보다 더 나았다.

안주는 먼저 마파두부를 먹었는데, 뻔하고 익숙한 맛이지만 맛있고 저렴한 가격에 양은 넉넉한 것이 딱 백종원스러운 요리였다.

고기도 많이 들어가고 간도 적당하고 다 좋았는데 전분을 너무 많이 풀었는지 좀 과하게 끈적거리는 것이 아쉬웠다.

두 번째로는 유린기를 시켜봤는데 이 날 먹은 것들 중 가장 별로였다.

일단 닭고기부터 유린기에 어울리지 않는 형태였는데, 내 추측으로는 깐풍기에 사용하는 닭고기랑 같은 것을 쓰는 것 같다.

물론 이런 프랜차이즈에서 유린기와 깐풍기 고기를 따로 쓰는 걸 기대하긴 어려우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맛이 없다는 거였는데, 닭고기 맛도 별로였지만 유린기 소스가 시큼하기만 하고 영 맛이 없었다.(마지막 한 조각은 서로 안 먹으려 하다 솔님이 마지못해 먹어치움)

다음으론 해물육교자를 먹었는데, 이건 홍콩반점에서도 사이드 메뉴로 판매 중이고 이미 여러 번 먹어 본 검증된 메뉴라 역시 맛있었다.

그다음은 뭘 먹을까 좀 고민하다 배달로 이미 먹어보고 맛있었던 매운우삼겹건두부볶음를 골랐는데, 신촌점에서 먹었던 것보다 매운맛이 더 강했다.(솔님 미안합니다.. 내가 먹었던 건 이 정도로 맵지 않았어요.) 

솔님이 만만토닉 조금 마시다 맥주로 바꾼다고 하고 원래 좋아한다는 하얼빈이랑 처음 봐서 궁금하다는 마카오랑 고민하다 마카오를 선택했고, 나도 반 잔 맛봤는데 그냥 평범한 라거맛...이었지만 실제론 골든 에일이었고, 그게 더 문제였다.(실패)

계속 만만춘을 스트레이트로 홀짝홀짝 마시던 애아빠님도 탄력을 받았는지 이쯤에서 만만춘 한병 추가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 안 부르고 가볍게 먹을만한 안주를 찾다 칠리새우를 골랐는데, 이것도 실패..

당연하겠지만 냉동 완제품인 것 같았는데 튀김옷도 뻣뻣하고 소스도 시큼한맛만 강하고 별로였다.

딱 냉동 칠리새우 집에서 튀겨 먹는 수준으로 가격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퀄리티는 아니다만..

재밌는 건 메뉴가 꽤나 다양한데 막상 또 먹을만한 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데, 메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재료로 돌려 쓰기 좋은 메뉴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칠리새우-마요새우 / 바지락복음-마라바지락볶음-매운바지락볶음 / 유린기-깐풍기 등)

그렇다 보니 고추잡채나 유산슬, 팔보채 같은 대표적인 중국요리 메뉴가 없고 그래서 뭔가 허전하게 느껴졌던 것.

하지만 중국 야시장 음식을 콘셉트로 했다고 하고 프랜차이즈에서 쉽게 조리할만한 메뉴들로 구성한 걸 테니 이 또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음식 맛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졌지만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양으로 이것저것 시켜먹기엔 좋은 것 같고, 특히 반값 고량주인 만만춘의 활약이 컸다고 본다.

남자 셋이 고량주 두 병(+맥주)에 중국요리 배 터지게 먹고 77,000원 밖에 안 나왔으니 가성비만큼은 정말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