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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 마동석의 첫 넷플릭스 영화. 킬링타임 액션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빈약한 세계관과 캐릭터 서사, 구멍 난 개연성과 깨는 각본이 몰입을 방해한다. 이런 영화에서 액션만 좋으면 그만이지 다른 게 뭐가 필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얘기는 액션, 연출 수준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정도 됐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범죄도시 마석도가 맨주먹 대신 총,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 액션에 몰빵 했다고 할 만큼 눈에 띄는 액션 시퀀스나 연출은 없다. 차라리 게임으로 만드는 게 더 어울렸을 것 같고 꼭 영화로 만들어야 했다면 서사를 보강해 6부작 정도로 기획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5.5/10
오펜하이머 '원자폭탄의 아버지'라는 수식어 정도밖에 모르는 인물의 3시간짜리 전기 영화라는 것에서 애초부터 재미를 기대할 순 없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전기 영화는 어떨까?'라는 호기심으로 봤다. 결과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재미없었고 예상대로 길고 지루했고 흥미로운 장면도 별로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의 전기 영화임을 감안해도 등장인물들과 대사가 너무 많고 유일하게 시각적으로 기대할만했던 핵실험 장면도 영 매가리 없었다.(리얼한 것도 좋지만 CG를 쓸 때는 좀 써야지..) 중간중간 오펜하이머의 머릿속이나 속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듯한 연출이 있지만 별 감흥 없고 오히려 놀란 본인도 영화가 너무 밋밋하고 지루할까 봐 이런 씬들을 넣은 건가 싶은 생각만 들었다. 오펜하이머란 인물에 대해 객관적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내가 좋아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디스토피아물을 다룬 한국 영화라고 해서 관람했다. 아파트를 다룬 오프닝 시퀀스부터 초중반까지 인간 군상이 그려내는 블랙코미디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이병헌의 정체를 둘러싼 범죄물이 되더니 마지막엔 한국 영화 아니랄까 봐 결국 신파를 늘어놓는다. 주연인 박서준과 박보영은 캐릭터도 연기도 영 별로라 전혀 몰입이 되지 않고 믿고 보는 이병헌조차 캐릭터와 연기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특히 후반에 등장하는 이병헌 특유의 발성과 목소리 톤, 표정으로 '호소'하는 연기는 극 중 인물 김영탁이 아닌 그냥 '이병헌이 호소하는 연기'로 보여 위화감마저 들었다. 배경 설정이 황당하고 어차피 영화에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데 어설프게 심각하고 진지한 척하지 말고 초반 느..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환갑을 넘긴 톰 형의 몸을 사리지 않는 스턴트와 CG를 최소화한 아날로그 액션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은 지 좀 된 만큼 이제 첩보물로서의 재미는 거의 느끼기 힘들다. 물론 톰 형은 이번에도 열심히 뛰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주요 액션 시퀀스들도 잘 빠졌지만 도심 카체이싱, 공중 낙하, 열차 액션 등은 이미 많이 봤던 것들이고 심지어 미션 임파서블 전작에서도 다뤘던 소재들이기에 신선함이 없다.(특히 마지막 열차 탈출씬은 2009년 게임인 언차티드 2를 연상케 하는데, 물론 잘 찍었지만 그만큼 식상하다.) 시대를 고려한 듯 AI를 빌런으로 등장시키는 스토리는 별로 흥미롭지 않고 공감도 안된다.(가면이 만능 해결책인 것도 첨단 첩보물로서 황당한 수준이다.) 일사와 화이트 위도우의 재등장은 반갑지만 그레이스와 파리를..
말없는 소녀 등장 인물도 몇 명 안 되고 주인공부터 '말없는 소녀'다 보니 대사도 많지 않고 이야기도 별다른 굴곡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러다 마지막에 감정선을 탁 건드리는데, 그조차도 오버하지 않고 매우 차분하게 그리고 있고 그래서 더 좋았다. 7.0/10
범죄도시3 두 명으로 늘렸음에도 전작들에 비해 떨어지는 빌런의 매력을 조연 캐릭터들이 열심히 메꾼다.(특히 초롱이) 주인공 마석도의 소속을 옮기고 액션에 복싱을 도입하는 등의 변주가 보이지만 마동석이 때려잡는 기본적인 틀은 변함없기에 신선함은 없다. 범죄도시4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이후 시리즈에 있어 중요할 것 같은데, 3편의 반응을 보고 만든 게 아닌 3편과 동시 촬영을 한 거라 어떤 전략으로 3, 4편을 구상했을지 궁금하다.(4편도 볼 거란 얘기) 6.5 / 10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누적되는 피로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인 MCU 영화들 속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이번 3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가디언즈의 새 캡틴이 되는 로켓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룬 부분도 좋았고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결말도 시리즈의 마지막에 잘 어울렸지만 이야기가 비교적 어둡고 무겁다 보니 가오갤 특유의 쾌활함이 많이 옅어진 것이 아쉬웠다. ps. 쿠키를 보면 어떤 식으로든 가디언즈 중 최소 한 명 이상은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0/10
그레이 맨 예상대로 무난한 킬링타임 액션 영화였지만 과장된 빌런 연기가 인상적인 크리스 에반스에 비해 라이언 고슬링의 캐릭터는 어딘가 좀 밋밋하다. 스토리는 어차피 기대 안 했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액션도 프라하 트램 신을 제외하면 딱히 신선한 연출은 없다. 6.5/10
탑건: 매버릭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 못지않은 최고의 후속작 중 하나다. 액션, 로맨스, 우정, 감동, 영상미, OST까지 뭐 하나 빠지는 거 없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 부모님 따라 온 초중딩부터 35년 전 탑건의 추억을 간직한 장년층까지 연령대가 이렇게 다양한 영화도 오랜만이다. 전작의 장면들을 활용한 과거 신들로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배려는 되어 있지만 전작을 봐야만 감동이 배가 되는 장면들이 많다. 8.5/10 ps. CGV 스크린 X로 봤는데 비행 장면은 거의 다 스크린 X가 적용돼서 몰입감이 상당하다. 제 값은 한다고 느낌.
범죄도시 2 전편의 핵심 흥행 요소였던 마동석표 액션을 히어로물급으로 확대시키고 액션 사이사이에 코미디를 배치해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거듭났다. 쓸데없는 로맨스도 지겨운 가족 타령도 없다. 마동석 주먹에서 샷건이 나가고 누가 봐도 죽은 것으로 보였던 장이수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등장하고 메인 빌런은 전편의 장첸보다 세야 하니 배경 설정 따위 없이 무작정 악랄한 미친놈으로 만들어놨지만 이런 것들이 거슬린다면 애초에 범죄도시 2를 봐서는 안된다. 이미 8편까지 계획해놨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오버한다고 생각했는데 범죄도시 2를 보고 나니 8편까진 몰라도 5편 정도는 나올 만도 해 보인다. 7.0/10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다들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도 쥬라기 월드에 대단한 걸 바라진 않았다. 그저 공룡이나 실컷 볼 수 있길 바랐고,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니 깔끔하게 마무리만 잘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선 주인공인 공룡들은 뒷전이고 그 자리를 메뚜기 떼가 대신 채운다.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짓이지? 내가 쥬라기 월드를 보고 있는 건지, 메뚜기 월드를 보고 있는 건지... 그나마 쥬라기 공원 원조 3인방이 컴백해서 시리즈 최종편에 의미를 더해주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껏 모셔와서는 그렇게밖에 활용을 못하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6.0/10
대니쉬 걸 1930년대에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화가 릴리 엘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미장센, 특히 의상과 소품 등 미술이 매우 뛰어나고 다소 밋밋한 연출에 영혼을 불어넣는 듯한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엄청나다. 일반적인 퀴어영화처럼 트랜스젠더인 주인공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랑하는 남편이 점차 여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으며 고통스러워하다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엔 진심으로 릴리의 행복을 바라는 아내 게르다의 모습도 비중 있게 그리고 있어서 오히려 이성애자들이 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게르다를 완벽하게 소화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88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함으로써 연기력을 증명한다.(극 후반부에 가면 남자였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메소드 연기를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