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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원래는 볼 계획이 없었던 영화인데 일정이랑 예매권 사용기한 등이 꼬이면서 다른 영화를 볼 수밖에 없게 됐고, 그나마 나아 보이는 걸 고른 것이 인질이었다.('황정민 나오니까 그래도 기본은 하겠지'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이유였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인질극인데 인질인 황정민이 극 중 캐릭터가 아닌 배우 황정민 본인 역할로 출연한다는 점 외에는 딱히 특별한 건 없다. 문제는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이 아니라 평소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속 황정민 캐릭터로 보인다는 거다. 결국 영화의 유일한 특별함이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으니 남는 건 흔한 인질극 밖에 없다. 6.0/10
모가디슈 '신파와 국뽕' 일단 이 두 가지가 없어서 좋았다. 신파와 국뽕의 늪에 빠지기 쉬운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잘 참았다. 아마 류승완 감독이 전작 군함도에서 크게 데였던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영화 본 사람들은 알아들을 '깻잎 신' 같은 게 분명 더 있었을 것 같은데, 편집하면서 다 걷어낸 게 아닐까.. 어쨌건 덕분에 영화는 질척거리는 장면 없이 꽤 담백하게 나왔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없는 게 있는데, '액션'이다. 장르를 액션, 드라마라고 내 걸고 있지만 이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내전에 휩싸인 소말리아가 극 중 배경이니 두 시간 내내 총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제대로 된 총격전은 없으며, 주인공들은 그저 살기 위해 도망칠 뿐이다. 하지만 제작비 250억짜리 호화 캐스팅 대작을 심심한 ..
랑종 태국판 엑소시스트+블레어 위치+파라노말 액티비티+부산행의 어정쩡한 짬뽕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찍었고 나홍진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 원안을 제공한 태국 영화라는 정도만 확인하고 김 빠질까 봐 예고편도 보지 않고 관람했지만, '역대급으로 무섭다'는 평들을 보며 설레발임을 알면서도 은근 기대를 했다. 먼저 '랑종이 무서웠냐?'라고 묻는다면 공포 영화는 스타일이 워낙 다양하고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주제나 강도가 제각각이라 무섭다는 기준을 잡기 어렵지만 점프 스케어나 폭력적인 쪽으로 내성이 강한 내 기준에는 전혀 무섭지 않은 영화였다. 초중반까지는 무당을 주인공으로 한 샤머니즘 주제의 다큐멘터리처럼 잔잔하게 진행되는데, 무섭진 않지만 태국 시골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비슷한 부분들이 흥미롭기도 ..
크루엘라 말레피센트에 이은 디즈니의 빌런 재해석. 스토리는 크루엘라의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막장 드라마급이지만 원작과의 연결고리를 이어받기도 하고, 각색하기도 하면서 유쾌하게 풀어냈다. 6,70년대 런던 패션계가 주요 무대인 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과 미술이 인상적이고, 비기스, 더클래시, 딥퍼플, 롤링스톤즈, ELO, 블론디 등 그 시절 팝, 록 스타들의 곡들로 가득 찬 음악도 좋았다. 엠마 스톤의 연기야 이미 물오른 상태지만 상대역인 엠마 톰슨의 내공에서 나오는 신경질적이고 거만한 연기가 정말 일품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흡연 장면 금지 정책 때문에 크루엘라의 상징과 같은 담뱃대를 빼앗긴 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빌런인 만큼 조금만 리미트를 풀어줬더라면 더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텐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분노의 질주 신작 덕분에 1년 만에 극장 구경하고 왔다. 첫 편이 나온 지 올해로 20년, 외전인 홉스&쇼까지 10편째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젠 기대 같은 거 보다는 그동안 쌓인 정(?) 때문에 챙겨보는 영화가 되었다. 이젠 명실상부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액션 프랜차이즈가 된 만큼 이번에도 제작비 2억 달러를 쏟아부어 신나게 때려 부수며 눈요기를 시켜준다. 1편에서 트레일러나 터는 좀도둑 무리에서 시작해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탱크에 비행기에 빌딩, 잠수함까지 스케일이 커져갔고, 이러다 우주까지 나가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물론 분노의 질주가 현실성이나 물리법칙 따위는 무시하고 봐야 하는 오락 영화가 된 지 오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차인표 유치하거나 별로 안 웃길 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나 지루할 줄은 몰랐다. 시트콤 에피소드 1편 분량을 억지로 100분으로 늘려놓은 듯한 구성. 차인표 본인에게는 어떤 면에서 의미 있는 영화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로서 보자면 연출이나 각본이 정말 수준 미달이다. 아예 약 빤 콘셉트로 막 나가던가 하다못해 포스터처럼 오토바이 타고 색소폰이라도 부는 게 낫지, 영화 절반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누워만 있으면 뭘 어쩌자는 걸까? 원래 극장 개봉하려다 코로나 때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변경했다고 하는데 이게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잘한 일이다. 4.0/10
남산의 부장들 10.26이 소재다 보니 일부 보수 진영에선 살인자 미화라거나 총선용 홍보물이라며 흥분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정치색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없을 수도 없고) 실화 기반의 원작을 무리해서 오버하지는 않는다. 연출은 담백하다 못해 건조함마저 느껴질 정도고 오로지 배우들(특히 이병헌)의 연기에 모든 걸 맡긴 영화다. 그렇다 보니 영화적인 재미는 별로 느낄 수 없고 배우들의 연기에 함께 몰입하지 못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소지도 다분하다. 이병헌의 심리 묘사와 감정선 표현이 극 전체의 긴장감을 좌우할 만큼 훌륭하지만 이성민도 언뜻언뜻 진짜 박통처럼 보일 정도로 잘 뽑혔다.(다만 현재 같이 개봉 중인 미스터 주와의 괴리감이..) 7.0/10
나이브스 아웃 스타워즈 팬으로서 에피소드 8을 아작낸 라이언 존슨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스타워즈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뿐 재능은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설정부터 미장센까지 고전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고, 왠지 원작 소설이 있을 듯 하지만 오리지널 각본이라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등장인물이 많아 초반에 좀 산만한 감이 있고 스토리에서도 조금 개연성이 부족해 갸우뚱해지는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미스터리 추리물 같지 않게 분위기나 진행이 꽤 경쾌하고 마무리도 해피엔딩으로 깔끔하다. 정통 추리극과 같은 틀 안에 사회 풍자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센스도 돋보인다. 7.0/10
겨울왕국 2 최근 몇 년 사이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사람이 많았다. 상영 시간까지 20분이나 남아있었는데 키오스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팝콘을 못 샀을 정도. 애초에 전혀 기대 안 하고 봤지만 생각보다 더 별로였다. 작정한 듯 돈과 인력을 때려 부어 비주얼이나 기술적인 면으로는 압도적인 화려함을 보여주지만, 정작 재미는 없다.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게 아닌 (초대박 흥행한 전편으로 인해) 만들어야 하니까 만든 느낌이 너무 강하다. 스토리나 주제는 전혀 흥미롭지 않고 엘사의 화려하고 다양해진 의상과 진해진 화장에서 노골적으로 굿즈나 관련 상품 팔아먹으려는 상업적 의도만 보인다. 스벤과 올라프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역시 마찬가지.(인형 팔아야지?) 스벤은 그래도 귀엽기라도 하지.. 계속 어른이 되면 어쩌고 ..
조커 일단 다 떠나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말 그대로 미쳤다. 2시간 내내 조커만 나오는 영화고 카메라는 심심하면 클로즈업을 남발하지만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보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미친 연기뿐 아니라 무겁고 다크한 영화 속 분위기를 빚어낸 미장센과 끊임없이 심장을 울려대는 BGM과 사운드트랙이 기가 막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히스 레저의 조커와 비교해서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의구심이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히스 레저의 조커는 단 1도 생각나질 않았다. 정확히는 떠오를 틈이 없었다는 게 맞을 듯. 8.5/10 ps.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 까진 그렇다 쳐도, 딱 봐도 초등학생인 애들을 데리고 극장에 온 부모들이 있는 것에 좀 놀랐다. 부디 히어로물인 줄 알고 실수로 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처음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찰스 맨슨 사건을 각색한 타란티노식 막장 무비를 생각했으나, 실체는 타란티노가 사랑해 마지않는 60년대 할리우드에 대한 온갖 애정의 집합체였다. 때문에 영화는 마지막 클라이막스 2-30분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정적이고 느긋하게 진행된다. 또 타란티노 영화치고는 수다스럽지 않고, 60년대 감성을 잘 재현한 영화의 때깔을 감상하며 한적하게 드라이브하는 장면이 많아 색다른 재미를 준다.(적어도 2시간 40분 동안 눈밭과 오두막만 나오는 전작 헤이트풀 8보단 훨씬 눈이 즐겁다) 문제는 소재가 소재다보니 찰스 맨슨 패밀리나 로만 폴란스키, 샤론 테이트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은 물론이고, 그 시절 할리우드 문화, 특히 서부 영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부분..
분노의 질주: 홉스&쇼 애초에 스핀오프로 떨어져 나온 이상 분노의 질주란 타이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냥 시원하게 때려 부숴 주기만 하면 만족하겠단 생각으로 봤다. 하지만 액션이 생각만큼 화려하지도 않고 연출이 신선하지도 않았다. 마지막 헬기와 자동차의 줄줄이 비엔나 신만 좀 볼만했고 나머진 어디선가 한 번쯤 본듯한 시퀀스의 연속.. 그리고 감독이 데드풀2의 데이빗 레이치인데 하나라도 더 때려 부술 시간에 시답잖은 말장난으로 때우는 장면이 너무 많다. 그래도 주연인 두 대머리의 티격거리는 케미는 꽤 좋은 편이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바네사 커비의 존재감은 빛이 난다. 하지만 무난한 여름용 액션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었던 영화는 후반부에 뜬금없이 홉스의 고향인 사모아 섬으로 가면서 가족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