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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레이지(RAGE)




FPS게임의 개척자, 천재 프로그래머등으로 불려온 유명개발자 존카맥의 최신작 레이지.
2007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id tech5 엔진을 깜짝공개하며 화제를 일으킨지 장장 4년만에 출시된 레이지는 수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을까?



레이지는 콘솔을 베이스로 개발되었지만 여기서는 내가 플레이한 pc판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겠다.
우선 출시초부터 각종 버그와 실행문제로 한동안 소동이 일어났었는데 특히 그래픽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ati계열에선 유독 심했다.
내경우 다행스럽게도 지포스를 사용중인탓에 최신 베타드라이버 설치만으로 심각한 문제는 없었으나 수직동기화가 제대로 먹질않고 텍스쳐팝인 현상을 겪었다.
관련 커뮤니티엔 최신 베타드라이버들과 문제해결을 위해 수정된 config파일들이 줄줄이 올라왔고 게임에대한 소감이나 평가보다 이러한 글들이 더 많았을정도였다.
존카맥은 이런 pc유저들의 불평에대해 '닥치고 최신드라이버 깔아라'고 말했으나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그래픽옵션 설정관련 패치가 나오기도했다.



이러한 해프닝은 pc판 레이지가 openGL을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인데 현재 pc게임에서 openGL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있으며 절대다수가 direct3D를 api로 하여 개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래픽카드 개발사에서도 openGL관련 부분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왔고 openGL의 최신스펙을 요구하는 레이지를 드라이버상에서 완벽하게 지원을 하지 못했던것이다.
그러므로 '게임은 문제없고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들이 문제'라는 존카맥의 말이 결과적으로 틀린말은 아니지만 장기간 개발되어온 게임이고 신생개발사도 아닌 존카맥의 id software의 화제작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되었다는건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개발단계에서부터 게임제작사와 그래픽카드 업체간의 좀 더 유기적인 협력과정이 있었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사전에 예방될 수 있는 부분이었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개인적으로 모든 문제를 그래픽카드 드라이버탓으로만 돌린 존카맥의 다소 뻣뻣한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가 단지 게임엔진의 기술관련 책임자뿐 아닌 게임제작사인 id의 공동설립자라는 위치로써의 입장까지 생각한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게 옳지않았나 싶다.



또한 역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일을 보면서 한때 존카맥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던 pc게임 그래픽계가 무려 그가 만든 새엔진을 사전에 완벽히 지원하지 않았다는것은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이제 게임업계에서 그의 입지가 예전같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물론 그의 독선적이고 외골수적인 성격은 여전히 그대로인것같지만)



서론은 이쯤하고 이제 게임으로써 레이지에 관해 이야기해보겠다.
발매전부터 tech5엔진의 메가텍스쳐를 비롯한 수많은 신기술에 많은 게이머들이 기대를 해왔는데 결과는 게임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놀라울게 없다는게 내생각이다.
pc게임에서 openGL을 사용해 이만큼의 그래픽을 뽑아냈다는게 대단하다는 생각이들뿐 directX를 사용한 수많은 최신게임들의 그래픽에 비하면 밋밋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고 특히 못봐줄정도의 저해상도 텍스쳐는 꽤나 눈에 거슬릴정도다.
광원효과 또한 크라이엔진이나 언리얼엔진에 비하면 초라한수준이고 하늘의 구름들은 흘러가지 않고 사진을 붙여놓은듯 정지되어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양내에서 항상 60프레임을 뽑아내도록 설계된 구조와 용량상의 문제로 텍스쳐가 심하게 압축될수밖에 없다는것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이해를 할수있지만 고사양을 보유한 유저들도 마찬가지로 저해상도 텍스쳐를 벗어날순 없다.
한마디로 하향평준화된 그래픽을 제공한다고 할수있는데 이는 존카맥의 말대로 콘솔기반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애당초 pc게임으로 명성을 쌓아온 그가 pc판에서만큼은 좀 더 세분화된 옵션을 둬서 고사양유저들에겐 좀 더 좋은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길수있는 자유정도는 제공해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적화 측면에서는 대책없이 사양만 높은 몇몇 게임들에게 교훈을 줄만큼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결과적으로 레이지는 최고의 그래픽 대신 최고의 최적화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쩝..



게임의 스토리라인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생존자가 황폐화된 지역을 돌아다니며 총질하는것으로 요약할수있는데 그러한탓에 발매전 폴아웃이나 보더랜드와 같은 비슷한 배경을 가진 게임들과 비교되곤 했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오픈월드형태일것이라 기대했으나 레이지는 오픈월드형 게임이 아니었으며 전형적인 fps총질액션에 약간의 롤플레잉적 양념을 가미한 형태의 게임이다.(캐릭터자체의 성장요소는없다)
문제는 이부분의 조화가 영 엉성하다는것이다.
시원시원한 슈팅을 보여주고 적들이 타격부위에따라 다르게 반응하는등 총질본연의 재미는 확실히 뛰어나나 기존 id software의 게임들처럼 일직선으로 진행하며 신나게 쏴대는것과 다르게 마을에서 퀘스트를 받고 -> 총알을 구입해서 -> 자동차를 타고 -> 목적지로 가서 -> 몇놈을 처치하고 ->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 완료를 받고 하는식의 구조를 사용하고 있기때문에 총질액션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다.

퀘스트



그렇다면 이런 롤플레잉적 요소가 재미있어야 하는데 이게 또 그렇지가 않은게 문제다.
퀘스트방식의 미션진행은 스토리라인 자체가 그리 뛰어나지 않다보니 몰입하기보단 귀찮음으로 다가오고 몇몇 미니게임들과 레이싱을 통한 자동차 개조, 무기구입, 제조시스템등이 제공되나 게임에 제대로 녹아들지 않고 겉도는 형태다.
애당초 id software의 fps게임들은 전형적인 액션에 촛점이 맞춰져있었고 게이머의 콘트롤및 숙련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편이었다.
그러므로 굳이 귀찮은 돈모으기 노가다를해서 무기업그레이드따위를 안하더라도 어느정도의 실력만 되면 미션클리어가 가능하므로 각종 부가요소에 대한 필요성 및 동기부여가 잘 되질않는다.
나도 왠만하면 게임을 하면서 가능한 많은 사이드퀘스트와 다양한 부가요소를 즐기면서 진행하길 좋아하는 편이지만 레이지의 이런 부가요소들은 별다른 목적의식을 느낄수없는 그저 곁다리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라고 느꼈다.
퀘스트를 하기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건 지루할뿐이고 지나왔던 길을 여러차례 반복해서 왕복해야하며 이동중 만나게되는 적차량과의 전투또한 성가심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굳이 레이싱을 열심히해서 차량을 모으고 무기를 달고 업그레이드해야할 필요성과 연계성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유기적이지 못한 분리된 요소로 인식되어 버리는것이다.




차라리 그냥 기존 id스타일대로 화끈한 총질액션에 중점을 두고 게임을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거란 생각이 드는게 이런 이유들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게임내에 배치해놓은 여러가지 부가요소들의 비중을 좀 더 확실히 부각시켰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레이지와는 근본적으로 방향이 다른게임이지만 많이 비교되는 보더랜드의 경우 이런 롤플레잉적인 요소와 fps의 유기적인 조합이 매우 좋았기때문에 좋은 평가를 얻었던것이다.
레이지는 결과적으로 fps본연의 쏘고 달리는 재미와 롤플레잉적인 성장 및 강화의 재미 둘중 어느쪽도 만족스럽게 충족시키지 못하며 그 중간의 어정쩡한 형태의 게임이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레이지에는 놀라운 스토리도, 놀라운 그래픽도, 놀라운 액션도, 놀라운 새로움도 없었다.

취향에따라 불만없이 재미있게 즐긴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내경우엔 굳이 존카맥의 이름값에 대한 기대를 때놓고 평가하더라도 게임으로써 레이지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