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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까기

사실 난 오래전부터 싸이월드가 마음에 안들었다.
원래 한참 싸이월드 잘나갈때 깠어야하는건데 좀 아쉽다.
요즘 싸이월드의 각종 부작용과 한계가 드러나며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2년도 가을. 이때까지만해도 싸이월드는 아는사람도 거의 없는 싸이트였다.
당시 커뮤니티관련 최강자는 프리챌이었다.
커뮤니티와 채팅, 그리고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같은 마이홈피 서비스등이 고르게 자리잡힌 거대포탈이었던 프리챌.
하지만 이때 프리챌의 커뮤니티 유료화 감행으로 프리챌은 스스로 자폭하고 만다.
프리챌 유저들의 반발은 엄청났고 무료로 사용자들 끌어들여놓고 갑작스럽게 유료화로 돈을 받아내려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프리챌을 떠났다.
그리고 이때 입은 타격을 이겨내지못하고 프리챌은 지금도 그저그런 한물간 포탈싸이트에 머무르고 있다.

프리챌의 몰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것이 바로 싸이월드다.
프리챌의 커뮤니티와 유사한 구조의 클럽서비스와 마이홈피를 대체할만한 미니홈피 서비스가 존재하는 싸이월드가 프리챌 이탈자들의 최적의 이주대상으로 떠올랐던것이다.
유사한 서비스뿐 아니라 거대포탈의 횡포라는 반발심 덕분에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싸이월드를 선택해 키워주자는 분위기까지 더해져 싸이월드는 순식간에 수면위로 떠오르게된다.
싸이월드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우리는 평생 무료로 커뮤니티 서비스를 약속하겠다'는 광고를 해대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이로부터 정확히 1년뒤. 싸이월드의 하루이용자수는 프리챌을 앞지르게 된다.
이렇듯 싸이월드의 부흥은 프리챌의 몰락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커뮤니티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인 싸이월드였지만 싸이월드의 핵심은 역시 미니홈피 서비스다.
기존 대형포탈 홈페이지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던 미니룸이라는 방식을 통해 마치 어릴때 인형놀이를 하는듯한 자기만의 방을 꾸미는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물론 이것을 하려면 돈이 든다.
픽셀 몇십개로 이루어진 작은 소품하나에도 몇백원이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5,6년을 웹디자인을 하며 홈페이지 만드는일을 해왔다.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내입장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좋게 보일리 없다.
작은부분 하나하나까지 전부 내손으로 만들어진 개인홈페이지와 배경그림과 배경음악을 골라 돈주고 사기만하면 뚝딱 만들어지는 미니홈피는 그 정성과 노력에서 비교할 수 가 없는것이다.
요즘 사람들 바쁘고 시간없다.
갈수록 쉽고 빠르고 편한것만을 찾는다.
요새 개인홈페이지를 만들기위해 html과 포토샵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개인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리뉴얼과 업데이트가 귀찮아 미니홈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알고지내는 웹친구들중에도 개인홈페이지를 버리고 미니홈피로 옮겨간 경우가 많다.
웹을 하고있는 한사람으로써 이런현상은 정말 안타깝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막 들어와 활성화되던 시절에는 직접 개인홈페이지를 만들고 함께 공부하고 정보도 나누던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글도 주고받고 조언도 해주며 잘만든 개인홈페이지를 보며 자극도 받을 수 있었다.
개인홈페이지 제작에 관심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순수한 커뮤니티들도 많았지만 하나둘 문을 닫고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스로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몇년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인터넷의 거대포탈화때문이다.
각분야별로 포탈싸이트들이 장악을 해버리고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니 자기손으로 직접 해보려는 사람들과 소규모의 싸이트들은 점점 사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보다는 이러한 흐름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좀 줄어들었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사람들이 미니홈피주소를 물어보고 없다고하면 이상하게 쳐다보고 원시인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당연히 있어야되는건데 왜 없냐는듯이.
그럴때마다 난 내가 직접만든 개인홈페이지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필요가없다고 설명해주고 내 홈페이지의 주소를 알려줬지만 제대로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고 가끔 찾아오더라도 뭐가뭔지 모르겠다며 게시판도 못찾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니홈피에 길들여진 '미니홈피=홈페이지'인 그들에게 개인홈페이지는 낯설고 적응안되는 싸이트일뿐인것이다.
몇년전만해도 중학생만되도 개인홈페이지를 만드는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개인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으면 대단한 실력자인줄 안다.
일주일만 혼자 책보고 공부해도 미니홈피정도 수준의 홈페이지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건데도 말이다.
실력있는 웹아마츄어들은 갈수록 사라지고 돈받고서비스 하는 업체들과 돈내고 사용하는 라이트유저들만 남는다.
우리나라 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적어도 내시각으로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서비스에 장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웹을하는 내입장에서는 개성없고 판에박은듯한 구조의 홈페이지와 그걸 꾸미기위해 돈을 받아내는것이 좋아보일리 없지만 홈페이지를 가지고싶지만 만들줄모르는 사람들에겐 쉽게 자기홈페이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점에서 긍정적이다.
계정용량이 얼마나 남았나 걱정할거 없이 올리고싶은 사진 마음껏 올릴 수 있는것도 편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만이 미니홈피의 장점이다.
각종 스킨과 배경음악, 미니룸을 꾸미기위한 아이템의 구입도 업체가 자선사업을 하는게 아닌이상 이익을 내야하기때문에 뭐라고 할 수 는 없다.
또한 이 아이템들의 구입여부는 사용자들의 자유다.
하지만 미니홈피는 구조적으로 사용자들이 지갑을 열게끔 유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사용자가 똑같은 구조로된 홈페이지를 가지기때문에 거기서 남들보다 더 돋보이고 눈에띄려면 치장을 해야만하기 때문이다.
미니홈피의 편리함과 장점을 찾아 온 사용자중에는 이러한 시스템에 얽매이지않고 효과적으로 미니홈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아줌마들이 자기 아기 사진 갤러리로 사용하는 경우다.)
하지만 유행처럼 친구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니홈피를 개설한 사람들은 거의가 자신의 미니홈피 꾸미기에 돈을 아끼지않는다.
다른친구들은 전부 화려하고 이쁘게 미니홈피를 꾸며놨는데 자기혼자 썰렁한 홈피를 가지고 있을 수 없는것이다.
게다가 수시로 스킨도 바꾸고 배경음악도 바꾸며 새롭게 미니홈피를 꾸며야한다.
한동안 미니홈피를 바꾸지않으면 지겹다며 좀 바꾸라고 친구들이 오히려 부추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젊은(또는어린)유저층이 싸이월드 이용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부작용들은 이런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미니홈피 서비스는 자기만의 완전히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기보다는 일촌시스템등을 통해 다른 유저와의 커뮤니티를 유도한다.
그로인해 유저들간의 경쟁심을 유발시키게되는데 경쟁심 유발 자체는 좋다.
업데이트도 더 부지런히 하게되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더더욱 신경을 쓰게끔 만드니까.
하지만 문제는 미니홈피에 더 신경을 쓰고 꾸미기위한 수단이 거의 돈을통한 구입 개념이라는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들려 모든걸 보고 있다는 사실로인해 방문자들이 지루하지않도록 꾸준히 미니룸이나 배경음악등을 바꿔줘야하며 열심히 사진도 찍어서 올려야하고 자기스스로 만들어내는 컨텐츠에 한계를 느끼는 유저들은 인터넷을 떠돌며 재밌는 사진이나 읽을거리를 퍼다 올려야 되는것이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하루하루 방문자수나 게시물 조회수에 연연하게 되고 결국엔 일종의 강박관념까지 생겨버린다.
이쯤되면 이건 더이상 그 사람 자신의 미니홈피가 아닌 방문자들을 위한 미니홈피가 되어버린다.

방문하는 사람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않다.
퍼다 나르는것도 한계가 있는것이기에 어느 미니홈피를 가나 유머랍시고 올려놓은건 다 그게그거고 때로는 몇년전에 본걸 재밌다고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니홈피간의 커뮤니티인 일촌에서 제외되지않고 내가 너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걸 보여주기위해 열심히 코멘트를 단다.
마땅히 할말도 없지만 왔다그냥가기 뭐하니 별내용도없는 방명록을 작성한다.
그래야 그사람도 자기 미니홈피에 들려서 방명록과 게시물에 한줄이라도 끄적여 줄것이라는 생각에.
요즘엔 미니홈피의 여러 부작용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촌공개 모드로 운영을하는데 그래봐야 결국 그 일촌들끼리 서로 들락거리며 서로 의미없는 코멘트를 주고받는 그들만의 폐쇄적인 홈피가 되어버리는것뿐이며 그이상의 차이는 없다.

최근에 미니홈피 도용에 대한 얘기를 심심치않게 접하게 된다.
내가 아는 동생하나도 전혀 모르는사람이 자기 미니홈피의 프로필과 다이어리등을 그대로 배껴서 미니홈피를 만들어놓은걸 보았다고 한다.
그 동생은 그일을 계기로 미니홈피에 회의를 느껴 싸이월드를 탈퇴하고 다시 직접 개인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런 미니홈피 도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장난이나 악의를 가진 스토킹의 일종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의 미니홈피를 그대로 배끼는 행동을 장난이나 스토킹이라 보긴 힘들다.
이건 결국 사이버공간에서 자기도 이만큼 인기있고 인간관계가 원활하다는걸 보여주고 싶은나머지 저지른 행동이다.
주변 사람들의 미니홈피에 방문자들도 북적북적하고 이쁜사진도 많이 올라오고 하니 자기도 그렇게 보이고싶어서 남의 사진을 훔쳐다 자기사진이라 올려놓고 잘써진 글이나 다이어리의 내용을 가져다 자기 게시판이나 다이어리에 올리는것이다.
이건 이런행동을 한 사람의 잘못이 물론 크지만 이런일이 생길만한 구조와 분위기를 가진 미니홈피 자체의 문제이기도하다.
실제로 미니홈피에는 페이머스나 카인드등의 수치를 두어 개개인의 미니홈피의 인기도를 직접적으로 표시하고 있어 사람들의 강박관념을 자극한다.
그러니 주변친구들에 비교되고 뒤쳐지지않으려면 계속 미니홈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사이버 스토킹도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큰 문제점중 하나다.
실명제가 가지는 장점도 존재하지만 이 실명제로인해 싸이월드는 스토킹에 매우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싸이트의 경우 굳이 실명제를 채택하지 않아도 큰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명제로 운영하고있는 싸이월드는 이름과 성별,생년등을 통한 미니홈피 검색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어 어렵지않게 찾고자하는 사람의 미니홈피를 찾아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미니홈피 주소를 바꿔봐야 소용없다. 시간만 조금 들이면 얼마든지 그사람의 미니홈피를 찾아낼 수 있으니까.
이때문에 미니홈피를 통한 고의적인 스토킹이나 괴롭힘이 가능하며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나도 한번 당한 기억이 있다.
가입만하면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만들어지는 미니홈피때문에 가입만해놓고 미니홈피에 전혀 신경쓰지않고 있었는데 그동안 나를 아는사람들이 내 미니홈피를 검색해서 방명록에 글을 남겼던 것이다.
그리고 스토커가 내 미니홈피에 들어와 방명록에 글을 남겨놓은 내 주변사람들의 미니홈피로 들어가서 나에대한 온갖 유언비어를 퍼뜨렸던것이다.
나는 그때까지도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가 없었고 한참뒤에서야 그 대상이 되었던 주변사람들로부터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사실이냐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내 주변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오해를 푸는데 많은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그 스토커는 자기 미니홈피 다이어리의 내용까지 거짓으로 꾸며내어 적고 있었는데 영락없는 사이버공간과 현실에서의 이중인격이었다.
난 그사람뿐 아니라 많은 미니홈피 사용자들이 다이어리를 꾸며서 적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방문자들이 다이어리를 보고 그렇게 믿고 생각할테니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는 이미 일기가 아니다.
방문자들을 의식한 많은 미니홈피를 보면 진지한 고민이나 걱정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항상 밝은글들과 즐거운 사진들뿐.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은 방문자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식적이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홈페이지들만 점점 늘어간다.

싸이월드의 이런 문제들은 단지 10대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니홈피에 중독된 직장인들도 자기 미니홈피에 새로 올려놓은 게시물에 코멘트가 얼마나 달렸고 반응이 어떤지 궁금해서 수시로 미니홈피에 들락거리게 되고 이로인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싸이월드에 접속못하게 막아놓는 회사들마저 생길까.
주변에 미니홈피를 하다 관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이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 말한다.
많은 방문자수와 다른유저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엄청난 시간과 그에따르는 돈을 투자해야만 한다는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관리할 시간이 없어서 그만둔 사람들도 많다.

개인홈페이지란것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나만의 공간이다.
현실세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가상의 공간에라도 자기만의 휴식처를 마련해주기 위한것이 개인홈페이지다.
방문자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은 말그대로 고마운 방문객들일뿐이지 방문자들을 위한 홈페이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를 위한 공간이어야 진정한 의미의 개인홈페이지가 되는것이지 방문자들을 위한것은 서비스일뿐이다.
서비스를 하기 위해 개인홈페이지를 운영하니 지치게 되는것이다.
올리는사람은 지쳐가고 방문하는사람은 지루하다.
누구를 위한 홈페이지인가?

최근들어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이런 문제점들이 점점 커지면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건 이런 현상이 단지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것은 아니라는거다.
단순히 한물가고 유행이 다른쪽으로 바뀌기때문이라고 보면 안된다.
그렇다면 다음 대안으로 무엇이 떠오르던 그건 제2의 싸이월드와 미니홈피가 될뿐이다.
개인홈페이지라는것의 진짜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되고 제대로 된 개인홈페이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여유와 진지함, 그리고 솔직한 그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개인홈페이지를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