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일대에선 아주 유명하고 오래된 집으로 같은 자리에서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10년 동안 왕십리에서 밥 사 먹으면서 여긴 한 번도 안 갔었는데, 이유는 허름한 매장(위생 문제)과 칙칙한 분위기도 그렇지만 굳이 안 먹어봐도 맛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양으로 승부하는 전형적인 학교 근처 맛집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만간 왕십리를 떠날 예정이라 그전에 그동안 안 가봤던 밥집들을 찾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번씩 먹어보고 있다.
우선 스프가 나오는데 오뚜기 스프같은 외관에 땅콩 맛이 좀 나고 짜다.
정식이랑 매운 돈가스를 주문했는데 가격은 둘 다 6,000원으로 나오는 양에 비해 확실히 저렴하다.(이런 곳에선 기본 옵션이지만 밥은 무료로 추가 가능)
정식은 돈가스+생선가스+치킨가스+함박 구성인데 허접할줄 알았던 생선이나 치킨, 함박도 의외로 먹을만했다.(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잡내 같은 건 안남)
돈가스는 딱 생각하던 대로 옛날 경양식 스타일인데 고기가 그렇게 두툼하거나 별로 부드럽지 않다.
하지만 가격 생각하면 그렇게 질 좋은 고기는 쓰긴 힘들 것이라 생각되고,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비슷하거나 더 비싼 분식집 돈가스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다.
오히려 난 돈가스보다는 소스가 실망스러웠는데, 20년 이상 된 돈가스 집이면 고기도 고기지만 그 집만의 특별한 소스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여기 소스는 매우 평범한 맛이었다.
매운 돈가스는 소스만 다른데, 매운 소스도 별로 맵지는 않고 달기만 해서 그저 그랬다.
그래도 소스 더 달라니까 소스 종지가 아닌 국그릇에다 갖다 주시는 걸 보면 확실히 인심은 후한 것 같았다.
난 이제 갈 일이 없겠지만 앞으로도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주머니 얇은 학생들에게 돈가스 공급을 오래오래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