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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 스포일러 포함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이하 라오어2)를 플레이타임 31시간 만에 마쳤다.

콜렉터즈 에디션 개봉기에서도 언급했지만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타이틀인데 발매 후 워낙 논란이 되었던 탓에 내 의도와 상관없이 주요 스토리라인을 스포 당한 상태로 게임을 하게 됐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라오어2에서 가장 논란이 된 그 장면, '골프채 신'이 등장한다.

그리고 '골프채 신' 외에도 플레이어가 불편함을 느끼도록 의도적으로 연출된 장면이 다수 존재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싶은 부분들이 있는데, 문제는 이 과정을 충분히 설득하거나 납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작위적이고 때론 강압적으로 느껴진다.(어쩌면 이런 부분들 역시 의도한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내 감상을 말하자면, 제작자가 의도한 만큼, 게임을 중간에 그만둘 만큼 불편하진 않았다.

1편을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분신과도 같은 조엘이 처참히 죽을 때, 그 조엘을 죽인 애비로 플레이해야 할 때, 그 꼴 보기 싫은 애비로 딸과 같은 엘리를 죽도록 패야 할 때, 엘리로 임산부인 멜을 죽여야 할 때 등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장면들에서 난 별로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내러티브에 공감 역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기는 어려웠다.

여기에 주인공은 레즈비언이고 주인공의 레즈비언 애인은 유대계고 친한 친구는 아시아계에 지도자는 흑인이고 심지어 트랜스젠더 남성까지 등장하는 등 PC 요소가 듬뿍 가미된 건 보너스다.(PC요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무슨 할당제 하듯이 일단 욱여넣고 스토리를 짜 맞추다 보니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워지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라오어2를 30시간 넘게 플레이하며 엔딩까지 본 이유는 게임으로서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지만 엄청난 디테일로 완벽한 세계를 구현해 놓았는데, 게임 내 등장하는 수많은 건물들 중 소위 '복붙'한 느낌이 드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이건 너티독의 전작들에서도 매번 느꼈던 거지만 아트가 정말 말 그대로 예술이고 장인 정신을 언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애니메이션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인데, 전투가 조작적으로는 별 거 없고 단순하지만 뛰어난 캐릭터 애니메이션 때문에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느껴진다.(단 하나 점프 모션은 영 어색하다.)

그 외에도 컷신과 게임 플레이의 매끄러운 연결 및 뛰어난 연출, 검증된 성우들의 훌륭한 연기, 분위기에 일조하는 사운드 등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모든 요소의 퀄리티가 최상급이다.

라오어2의 스토리와 연출 방식이 불편하고 불쾌하다면 굳이 에너지, 감정 소비하지 말고 그만두는 게 좋지만, 견딜만하다면 AAA급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훌륭한 모범답안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