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way

월드컵의 추억

최근뉴스를 보니 새로운 축구팀감독을 뽑느니 국정감사를 받느니 떠들썩하다.
그와더불어 2002년 월드컵 신화를 다시 한번 이룩하자는 기사들까지.

월드컵이 열린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난 축구고 월드컵이고 애당초 공놀이엔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그리고 월드컵을 애국심과 연관짓고 같은 복장에 같은 구호를 외치는 집단주의적현상에 체질적 거부감이 있기에 그들과 공감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당시 사람들의 집단적행동은 나에겐 흥미로운 현상이었고 그걸 지켜보는 것으로도 재미가 있었기에 나에게도 월드컵은 즐거운 행사였다.
그때 그 집단에 속했던 사람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말은 '이상한놈이다', '넌 왜 응원안하냐?' 심지어 '너 우리나라 사람맞냐?'는 소리까지 있었다.

물론 나역시 우리나라 국민중 한사람으로써 기본적인 소속감은 가지고있다.
외국과 어떤 경기를 갖는다면 우리나라가 이기면 기분좋다.
이건 당연한거다.
다만 같은옷을입고 길거리로 뛰쳐나가거나 술집에 모여서 소리지르며 응원하고 이기면 밤새도록 술마시고 도로를 점거하면서까지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뿐이다.
방법과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뿐 그들과 내가 바라는 결과는 다를바가 없었던거다.
하지만 많은사람들은 이런 차이를 잘 인정하거나 이해하려 하지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와 공감대를 가진 집단에 속하길 좋아하고 그로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한다.
그리고 거기에 속하지못하는, 또는 속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왕따'로 치부해버리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모든사람들이 그러는건 아니지만 이런 집단주의로부터 비롯되기쉬운 병폐들때문에 난 어떠한 집단에 속하는것을 싫어한다.
사실 공감대를 가질만한 집단을 찾는거부터가 힘들기도하지만.

난 월드컵당시에 나타나던 현상들 자체를 나쁘게보진 않는다.
평소에 축구엔 전혀관심 없던 사람들이었더라도 같은목적과 공감대를 가진 집단의일원으로써 함께 즐길 수 있었다면 그걸로 된거다.
그리고 그런 집단주의적 현상에 편승해 붉은악마 티셔츠와 미니 태극기를 열심히 팔던 사람들 역시 월드컵덕분에 한몫잡았으니 그걸로 된거다.
그사람들이 불타는 애국심에 태극기를 팔았겠는가? 어차피 월드컵 특수를 이용한 한철장사의 일종이었을뿐이다. 하지만 그거로도 나쁠건 없다.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월드컵이라는 큰행사를 통해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각종 상술로 매출을 올리는데 혈안이 되었을뿐이다.
이 역시 나쁠건없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첫번째 목표는 돈버는거니까. 욕할 이유가 되진못한다.

하지만 난 이런 뻔히 속보이는 상술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고 동참할만큼 월드컵에 열정적이지 않았을뿐이다.
물론 그들도 우리나라가 계속 승리하길 기원했을거다.
그래야 월드컵 특수를 누릴 기간도 그만큼 늘어나는것이니까. 서로 좋은거다.
술집사장들도 대형TV 하나 투자해서 월드컵기간동안 매상 좀 올렸으니 좋은거고,
하다못해 우리나라 승리에 도취되어 기분업된 여자들 열심히 술먹여서 여관으로 유인하는것이 목적이던 분들에게도 나름의 성과가 있었을테니 그걸로 된거다.
결국 모두 월드컵이란 행사에 대한민국이란 집단의 구성원으로써 제각각 원하는 목적과 재미를 봤으니 그것으로된거다.

하지만 자신의집단에 속하지 않는 소수를 자기기준에 맞춰 제멋대로 평가하는것은 오만과 편견이다.
그 집단의 일원이었던 자들에겐 2002년 월드컵이 '그날의 추억과 감동'으로 기억될런지모르겠지만 나에겐 그저 '애국심으로 포장된 집단주의의 성대한 파티'쯤으로 기억될따름이다.

단지 그 차이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