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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ay

문신


문신. tattoo.
몸에 상처를 내 무언가를 새기는 행위.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유교사상으로인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함부로해선 안된다고 배워왔다.
그 결과 문신=조폭이란 공식이 당연한것처럼 자리잡게 되었고,
실제로도 과거에는 문신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조폭, 건달들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폭들뿐 아닌 동네 양아치들에게까지 문신의 범위가 넓어졌고,
하나둘씩 눈치 봐가며 연예인들도 문신을 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일반인들까지 문신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또 찾고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그냥 물감칠하는 수준인 헤나문신이긴 하지만말이다.

사실 나는 몸에 뭘 그려넣는것엔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문신을 하고싶은 생각이나 계획도 없다.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닐뿐 문신이란 행위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않는다.
무언가 자기만의 의미를 자신의몸에 직접 새겨넣어 각인하는 방법일 수 도 있는것이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그자체로써의 예술일 수 도 있다.
종이에 그리면 예술이고 몸에 그리면 미친놈이 되는건 아니다.
이런 거창한게 아니라도 그저 단순히 개성의 표현, 또는 악세사리와같은 패션의 한 부분으로 볼 수 도 있다.
부모가 준 몸이라고해서 부모의 몸이 아니며 자신의몸은 자기자신의 몸이다.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는선에서 자기몸을 가지고 문신을하건 벽에똥칠을하건, 행위예술을 하던간에 남이 간섭할 문제가 아닌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참견하길 좋아하며 거기다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까지 보너스로 가지고 있다.
얼마전에 이런 뉴스를 봤다.
경찰에서 경찰관채용을 하면서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들을 불합격처리했고,
이에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문신을 이유로 불합격시킨것은 차별이라며 시정권고를 한것이다.
그리고 경찰청은 이 권고를 거부했다.
그 이유인즉..
'문신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정서를 감안'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위해 경찰은 신체.용모에 있어 모범이 되어야한다'
'문신자의 과거행위와 공격성향, 불법적 충동적행동 가능성'
등이 되겠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문신한사람들은 용모가 불량할뿐아니라 공격성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에 나쁜짓하던놈들로 단정지은것이다.
거기다 한술더떠서 충동적 행동 가능성까지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문신한놈들은 언제 사고칠지 모른다는 이야기고 그러니 신뢰할 수 없다는것이다.
나로써는 어느것 하나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들이다.
모두 낡은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위에도 말했듯 문신이 조폭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난지 이미 오래이건만,
높은자리에 계시는 공직자분들은 수십년전의 인식을 진리로 굳게믿고 버티고계실따름이다.
문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조차 주어지지않는다는건 결국 사람의 겉모습만보고 그사람의 내면까지 멋대로 평가해버리는것이며,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참고로 경찰응시자격요건에 '용모가 추악하지 않아야 한다'는 항목까지 있다고하니 말 다했다.
대체 추악한 용모라는 기준이 무엇인가?
동등한 기회를 주고 겉모습이 아닌 그사람의 인성과 자질을 검토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는것이 옳다.

물론 경찰의 생각과 입장을 전혀 이해못하는건 아니다.
등짝에 용이나 호랑이 한마리씩 키우고 있는 사람이 경찰이라고 돌아다닌다면 우리 순진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화감내지는 거부감을 느낄 수 도 있을테니까.
그런데말이다.. 경찰관이 웃통까고 돌아다니지않는 이상 일반시민들이 등짝의 문신을 볼 수 있을까?
굳이 제한을 한다면 눈에 띄지않는곳의 문신은 허용을 해준다던가 또는 일정한 규격사이즈를 정해서 지나치게 심한 문신을 하지않으면 수용을 한다던가등의 융통성을 가질 수는 없었던걸까?
문신이 전부 호랑이,뱀,용 같은 혐오감을 줄 수 있는것만 있는것도 아니지않는가?
절충안이나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없고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 차단해버리는 태도는 정말이지 꽉 막혔다고 볼 수 밖에.

그런데 내가 더 놀란것은 경찰쪽이 아닌 사람들의 생각이다.
사실 경찰의 저런 반응이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것이지만.. 그 기사밑에 달린 수많은 독자의견들은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난 적어도 반반정도 의견이 갈려서 서로 치고박고 쌍욕주고받고 있을줄 알았건만,
이게 왠걸.. 90%이상이 경찰청의 결정이 당연히 옳다는 의견이었고 오히려 인권위를 씹고있는 상황이었기때문이다.
간혹가다 '시대가 어느땐데 문신하면 다 조폭이냐. 편견을 버려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른사람들한테 철저히 밟힐뿐이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단하나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않는다' 이것뿐이었다.
그외에는 '싫으면 외국가서 살아라'따위의 수준낮은 글들뿐이었고.
글쎄다.. 정서에 맞지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서=문신하면 조폭' 이란 얘긴가?
도대체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정서라는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자기자신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논리적 근거나 이유가없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정당화 할때 '정서'라는걸 들먹거린다.
그리고 그와같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다수가 되면 그게 곧 '우리나라 정서'가 되어버리는것이다.
나로썬 동의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들이 말하는건 '우리나라 정서'가 아니라 단지 낡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머릿수가 많다는것뿐이다.
편견에 의한것은 옳고 그름을 따질 성질이 아니다.
몸에 문신 있다고해서 범인 못잡고 수사 못하나?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 단지 자기가 보기에 거부감이 든다는것. 이걸 이유로 남의 직업까지 간섭하는건 지나친것아닌가.
문신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거라고 직업선택에까지 걸림돌이 되는것인지 모르겠다.

또한가지 재미있는게 있다,
경찰에서 말하기를..
'대부분의 문신이 불법 의료행위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불법적 문신을 새긴 경찰관이 불법적 행위인 문신을 단속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라고 토를 달았다.
자기네들스스로도 겉모습을 이유로 차별하는것이 정당하지 못함을 아는지 문신이 불법이란 얘기를 하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이유를 부여하려고 하는것이다.
단순히 문신이 국민정서에 맞지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논리적이지 못하니 법을 핑계삼아 그럴듯하게 말하고 있다.
경찰측말대로 우리나라에서는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합법적으로 문신을 하려면 의사가 해야된다는것이다.
외국같은 경우는 문신전문교육기관이 있고 과정을 수료하고 문신시술자격증을 따면 문신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없고 단지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있는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문신할 수 있는곳은 없다고 봐야된다는 얘기다.
어느 정신나간 의사가 힘들게 공부하고 의대나와서 돈많이버는 의사때려치고 문신전문점을 차리겠는가?
한다고하더라도 문신에 대한 마땅한 교육과정도 없는상황에서 감각적인 문신을 시술할 수 있겠는가?
이도저도 아니면 문신아티스트들이 합법적으로 문신을 하기위해 문신과 직접적인 관계도없는 의사자격증을 따야되는것인가?
정말 웃긴 상황인것이다.
사실상 법으로 문신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막고있는것밖에 안되는것이다.
불법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놓고 불법이라 단속하는것 역시 불합리한것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법부터 뜯어고치고 대안을 마련해야될 필요가 있다.

낡은것은 낡은것에 기대기 마련이고 또다른 낡은것을 낳는다.
우리나라 사람들 보수적이면서도 보수적이라는 말은 또 듣기 싫어한다.
보수적인게 나쁜게 아니다. 지킬건 지키자는 보수는 좋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수라고 생각하는것들중 상당수가 보수가 아닌 그저 낡은관습의 대물림이라는것을 알아야할때가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