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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ay

장래희망

'누구누구는 장래희망이 뭐니?'
학년이 바뀔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과 목표에 대해 자신의 장래희망을 이야기한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때만해도 이에대한 모범답안은 몇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과학자, 경찰, 군인, 의사.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큰 포부를 가진 친구들까지.

하지만 난 장래희망이 없었다.
커서 뭐가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해볼 필요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받을때마다 난 곤란함을 느껴야만했다.
장래희망이 없기에 사실대로 '없다'고 대답하면 선생님과 반친구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실제로 '없다'고 대답했다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커서 뭐가되고 싶은지 내일까지 생각해오라는 숙제를 받은적도 있었다.
어린 나로써는 그런 상황들이 이해될리가 없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는 거짓말을 하게 됐다.
장래희망을 묻거나 적어서 내는 설문조사따위가 있을땐 그냥 생각나는대로 내 장래의 직업을 선택했다.
어느날은 과학자가 되고 또 다른날은 의사가 되버리면 그만인것이다.
물론 장래희망을 왜 묻고 조사를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알 수 없었고 거짓으로 대충 지어내기도 싫었다.
하지만 당연히 없는것을 없다고 대답하면 난 선생님과 친구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만 했고 그런 바라지않는 관심의 촛점이 되는것보다는 그게 편하다고 판단했다.

난 꿈도 희망도 없는 이상한 어린이가 아니었다.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거나 튀고싶어서 한 행동은 더더욱 아니었다.
난 커서 뭐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고,
단지 지금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무얼 하고싶은지가 중요했을뿐이었다.
초등학교때 이미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멋진 아이들도 있겠지만 미래보단 지금 당장이 더 중요하고 또 그게 전부인 나같은 아이들도 있는것이다.

만약 선생님들이 나에게 장래희망이 무어냐는 질문이 아닌 넌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를 물었었더라면 난 성실하게 대답 할 수 있었을것이다.

장래희망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
어릴적 장래희망이 과학자였다고 커서 과학자되는 경우 많지않다.
아이들에게 꿈과 목표를 심어준다고?
그럴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꿈과 목표는 어른들이 심어주는것이 아니다.
어른들이 자주 묻는것에 대해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스스로 답변을 준비한다.
그 답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는것은 진실이 아니며 이는 결국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것이다.

아이들이 뭘 잘하고 뭘 좋아하며 뭘 하고싶어하는지가 중요하다.
거기에 촛점과 관심을 맞추고 지원해주면 스스로 자기자신의 희망과 미래를 발견할 수 있고 방향을 잡기 마련이다.
장래희망은 어른 또는 남들이 설정해주는것이 아니란말이다.

장래희망을 묻지마라.
상대방의 생각을 알고싶을땐 자신의 머릿속에 미리 정답을 준비해둬서는 안된다.